북한이 예고했던 대로 9일 핵실험이 단행됐다. 예상보다 빨랐고 핵실험의 파장은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북한은 절묘한 시기에 핵실험을 단행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노력했다. 내부적으로는 조선노동당 창당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외부적으로는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당일에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으로 내부적으로 북한체제의 '강건함'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핵보유국'의 위상과 대접을 요구하는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합리적 선택 분석모델의 설명력의 한계는 여기까지다. 북한이 채택한 방법론적 '합리성'은 본질의 '모험성'을 강화시키는 수단에 불과했다. 즉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유일하게 남은 카드를 통해 '북미간 갈등증폭'의 방식으로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이끌어내려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전 국제사회가 비난하는 핵실험의 단행은 이미 그 자체로 매우 모험적이며 북한의 의도와는 상반되는 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선 북한이 요구하는 핵보유국의 지위는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며 핵실험은 오히려 북한의 고립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 단행으로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견인을 통해 아시아 외교의 중심적 역할을 자임했던 중국을 무력화시켰으며 8년간의 햇볕정책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추구해왔던 한국정부를 진퇴양난의 곤경에 빠뜨렸다. 한국과 중국은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북한핵 문제를 보다 유연하고 포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금지선(red line)을 넘은 지금 한국과 중국은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더 이상 북한에 유연한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북한과 유사한 논리와 방법을 통한 대만의 핵개발 가능성은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반대하게 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햇볕정책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현 정부도 '북핵 불용(不容)'의 원칙을 대북정책의 첫째 기조로 삼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북한 핵실험은 한국정부로 하여금 더 이상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9일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한국정부는 더 이상 대화를 기조로 하는 대북 포용정책만을 고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면 북한이 원하는 대로 대외적으로 특히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사실 북한의 핵실험의 목적은 미국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핵실험으로 미국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소위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유리하게 재설정,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대신 다양한 방식의 제재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군사적 제재조치를 포함하는 유엔 헌장 7장 채택을 배경으로 금융, 경제 및 해상 봉쇄 방식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둘째,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이 추진했던 특정지역에 대한 외과적 정밀타격 (surgical air strike)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셋째, 이라크의 경우와 같이 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다국적군에 의한 보다 전면적인 군사제재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이 수행되는 상황에서 엄청난 물적, 인적 자원이 필요한 이라크식 제재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단 중국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봉쇄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언제든지 특정 지역의 정밀 타격과 같은 제한적 군사제재 수단도 활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렇듯 미국의 어떠한 선택도 북한의 의도와는 매우 상반된 것이다.
핵실험이라는 북한의 모험적 행태로 한반도는 다시 한번 위기 상황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상응하는 제재조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어떠한 군사적 갈등에도 최대의 피해자는 한국민과 북한주민이 될 것이다. 한국정부와 미국은 대북 제재조치와 더불어 1차 북핵 위기때와 같이 특사파견 등의 방식으로 북한의 핵폐기를 평화적으로 유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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