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 공포 또다시 떠올라…" 원폭피해자들의 근심

북한의 핵 실험 소식이 전해진 9일, 누구보다 가슴을 졸인 사람들이 있었다. 반세기 전 원폭 피해자들이 그들이다.

이호경(68·대구 동구 신천동) 대한원자폭탄피해자 대구·경북지부 전 지부장은 "카메라 플래쉬 터지는 것만 봐도 60년 전의 기억에 몸서리 친다."며 초교 1학년때 일본 히로시마에서 경험했던 피폭 기억에 몸서리를 쳤다.

"번쩍하는 섬광에 의식을 잃었어요. 며칠만에 깨어나 보니 바로 밑 동생이 원폭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병상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채 한 살도 되지 않은 동생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에 희생됐던 것.

그 자신도 원폭 후유증으로 움푹 패인 손가락을 갖고 있다. "아직도 옛날 기억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핵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몰라요. 북한이 지금 제 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치를 떨었다.

역시 원폭 피해자인 김형주(75) 씨도 이날 북한 핵실험 소식을 듣고 나서 낮부터 술을 들이켰다고 말했다. 옛날 원폭의 악몽이 불현듯 떠올라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15살 때였지. 그때 히로시마 하늘에 비행기들이 '붕붕'하고 날아 다녔는데, 갑자기 '꽝'하고 세상이 빛천지, 열천지로 변했어. 안 당해 보면 아무도 몰라. 원자폭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폭탄을 떨어뜨린 미국 사람들도 그 위력을 모를거야. 당해본 사람만 알아. 주위를 일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렸어." 당시를 기억해내던 할아버지의 눈가에는 끝내 눈물이 흘렀다.

원폭피해 경남 합천지부장 심진태(65) 씨는 연방 '이럴수가 이럴수가!'를 외치며 "핵 폭탄처럼 무서운 공포는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핵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글자만 봐도 오금이 저린다는 그는 "4살 때 일어난 일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원폭 후에 후유증으로 많은 걸 잃었다."고 털어놨다. 아내의 잦은 유산과 돌도 채 되지 않은 딸을 갑작스런 병으로 잃었던 것. 심 씨는 "성치 못한 나 때문에 딸 아이를 잃은 것 같아 피워보지도 못하고 하늘로 가버린 그 애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한편, 대구 KYC(한국청년연합) 원폭피해자 지원단체 김동렬 사무처장은 "원폭피해자들은 아직도 핵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인류에게 핵은 크나 큰 위협이며, 반드시 핵 없는 평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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