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핵실험이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일거에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평양 당국은 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서 일대비약을 창조해 나가는 벅찬 시기에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선언하였다.
우리 일반시민들에게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북한은 핵실험 6일전에 핵실험 강행 발표를 하는 친절(?)함을 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설마 설마 했는데 결국 ..."이라는 충격 그 자체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우리 시민들은 이런 근심을 하면서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이 일상사를 챙기고 있는 것이 여간 마음 든든하지 않다.
사실 내용적으로 보면 북한의 핵개발은 갑작스럽게 그렇게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공공연한 하게 받아들여져 온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폭탄 몇 개를 가지고 있다는 보도는 더 이상 우리의 눈길을 끌지 못한 것이 되어 왔다. 1994년 제네바 북미 핵협상 타결 이전에 북한은 이미 핵폭탄 2~3개 정도 제조할 수 있는 풀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북한이 IAEA에 보고한 그들의 핵활동 보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그 만큼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네바 북미 핵협상에서 북한이 이미 개발한 이러한 풀루토늄(과거핵)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북한의 핵문제를 봉합하고 말았다.
그 이후 10년 이상이 흘렀다. 이는 북한이 풀루토늄을 갖고 은밀히 핵폭탄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 기술을 정교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핵국가로 자리 잡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핵보유 사실이 공공연하게 받아들여져 오면서도 이를 애써 부정하는 분위기가 압도해 왔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 사실을 공식선언 해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가능하면 외면하고자 했다.
북한이 핵폭탄의 위협을 가중시키는 미사일 운반수단 발사 시험을 강행해도 이것은 우리의 안보문제와는 별개인 것처럼 치부해 버리는 형국이 초래되기도 했다. 이같은 '의도된 불감증'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 선언해도 "설마 강행할까"라는 우려 섞인 기대감만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현실화됨으로써 우리시민들의 놀라움과 두려움은 한층 더 심화되었을 것이다.
자, 이제 북한의 핵실험은 엄연한 현실인 만큼 우리는 더 이상 놀라움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수만 없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우려 섞인 기대감에만 사로잡혀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북한은 핵능력에 있어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 남북대화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북한의 성공적인 핵실험은 그들 핵능력의 자신감과 연결될 것이고 이러한 자신감으로 북한 당국은 우리를 위협하려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은 한반도의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고 싶어 한다. 유엔사 해체와 미군철수를 의도하는 것이 이러한 평화협정체제 요구와 연결되어 있다. 미국에 대해서 요구하고 있는 체제안보 주문도 같은 내용이다.
이제까지 북한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선언적 위협수단을 이용하거나 아주 제한된 무장테러 행위를 감행하는 데 머물러 왔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의 보다 과감한 대남 군사적 분쟁 유발행위를 예상해야 한다.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고나서 그들의 적대국인 인도에 대하여 국지적 무장테러를 감행한 것은 핵확전 위협 공갈수단을 믿어서 일 것이다. 즉 핵전쟁 위협 하나만으로 그들의 무장테러에 대한 인도의 역공의지를 잠재울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북한 역시 파키스탄의 핵전략을 답습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점에 있어서는 북한이 오히려 한 수 위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화하는 핵실험은 우리에게 분명 위기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현실이 된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핵위협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으로서 우리에 대한 미국의 안보협력의지를 다지는 데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위협으로 한미안보 동맹의 균열을 가능하게 하는 여지를 남겨서는 결코 안 된다.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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