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러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5년전 한국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로2008예선에서 러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각 조별 2위팀까지 본선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초기 여정에서 E조 7개 팀 중 2무승부로 승점 2점을 얻는 데 그치며 5위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 강호 크로아티아와의 홈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긴 데 이어 8일 이스라엘과의 홈 경기에서도 1대0으로 앞서가다 만회 골을 허용하며 1대1로 비기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은 신예들을 대표로 발굴하며 러시아 축구에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나 플레이메이커 부재, 골 결정력 빈곤 현상을 드러내며 자신의 명성에 어울리는 성과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2002월드컵 4강과 호주의 2006월드컵 16강을 이끌어내며 '마법의 감독'으로 통했던 히딩크 감독은 독일월드컵 이후 초특급 대우를 받으며 러시아대표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취임한 이후 러시아 국내파 감독들로부터 시기심어린 비판을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표팀을 개선해나가고 있으나 러시아 축구의 한계는 히딩크에게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축구는 구 소련 시절을 포함, 동구권의 강호로 군림해왔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우승했고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4강에 오르는 등 1990년대 중반까지 월드컵 무대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으나 2002년 월드컵대회에선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등 과거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축구는 공산체제였던 소련 시절부터 뛰어난 신체조건을 지닌 선수들을 많이 배출해왔으나 공산 체제 사회 문화와도 같이 축구 스타일도 창의성과 대담성을 억누르면서 기계적이고 단조로운 플레이에 주력,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더욱 침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같은 축구 문화를 가졌으나 안드리 셉첸코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앞세워 독일월드컵 8강에 진출한 우크라이나, 파벨 네드베드라는 창의적이고 대담한 미드필더의 출현으로 축구 강호로 자리잡은 체코와는 여러모로 대비되고 있다.
조직력을 중시하면서도 부분 전술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히딩크 감독이 기계적인 러시아 축구를 변화시키려 애쓰고 있으나 관습의 늪에 오래도록 빠져있던 러시아 축구는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12일 비교적 약한 상대인 에스토니아와의 유로2008 예선전에 나서는 히딩크 감독에게는 이 경기 결과가 하나의 고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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