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상공회의소 메인홀. 10살도 채 안되 보이는 조그만 소년이 낭랑한 목소리로 코란을 외우고 있었다.
주인공은 모로코 출신으로 호주에서 온 9세의 압둘라 알-자하비 군으로 '제10회 두바이 국제 코란 대상'(DIHQA)의 한 행사인 코란 암송 대회에 최연소로 참가했다.
이슬람교의 단식기간인 라마단(이슬람력 9월 한 달로 올해는 9월 23일께부터 1개월간) 기간에 맞춰 해마다 열리는 '두바이 국제 코란 대상'(DIHQA)에선 학술대회와 코란 학자 시상식 등 여러 행사가 열리지만 10대 소년들이 주로 참가하는 코란 암송대회가 단연 인기다.
이슬람권의 젊은이들이 점점 코란을 멀리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린 소년들이 코란을 아랍어로 또박또박 외우는 모습은 무슬림에게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DIHQA는 코란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로 확산한다는 취지로 두바이의 지도자이자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겸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막툼이 후원해 1997년부터 열렸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코란 암송대회는 21세 이하 남성이 참가할 수 있는데 올해엔 핀란드, 러시아 등 첫 참가국 6개국을 비롯해 81개국의 대표가 코란 암송 실력을 겨루는 중이다. 가히 '코란 올림픽'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 하다.
이 대회 참가자는 단순히 코란의 구절을 외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코란 특유의 음조까지 정확히 구사해야 한다.
대회는 5명의 심판 중 한 명이 코란의 한 부분을 임의로 선택해 앞 몇 구절을 읽어주면 참가자는 그 구절이 코란의 어느 장·절 인지 재빨리 알아 채 심판이 그치라고 할 때까지 뒷 구절을 이어서 암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두 30부분으로 이뤄진 코란은 114개의 장(수라)에 6천236개의 절(아야), 8만여 단어로 이뤄졌다.
이렇게 코란의 양이 방대하다 보니 이 암송대회에 참가하려면 하루 몇 시간씩 3∼5년간 매일 코란을 외우는 공을 들여야 한다.
이번 대회에선 전반적으로 아프리카 국가의 참가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엔 독일, 르완다 대표 등 9명이 무더기로 탈락, 대회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탈락자 수를 기록했다.
가장 주목을 받는 참가자는 알-자하비 군. 최연소자이거니와 아랍어가 공용어가 아닌 비(非)이슬람권 국가 거주자이기 때문이다. 코란을 연구하는 학자가 장래희망이라는 알-자하비 군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5살때부터 코란을 암기하기 시작해 7살에 모두 외웠다고 밝혔다.
현지 TV로 중계되고 있는 이 대회의 우승자는 미화 7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 등 총 상금액 만해도 70만 달러에 이르고 수상자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대회 주최 측은 비 이슬람권 국가 거주자가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동서양의 종교적인 간극을 줄일 수 있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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