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이동순
들판에서 주워온
청둥오리의 알을 병아리로 까서
저수지에 놓아 키운 사람을 나는 압니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자
청둥오리들은 일제히
저수지의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머언 먼 북녘으로 떠나가려는 것이지요
그는 이별이 너무도 서운했지만
떠나는 철새를 잡아둘 수는 없었지요
모든 사랑하는 것은 이렇게
떠나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고 푸른 하늘 속으로
점점 멀어지는 새들을 향해
그는 손을 흔들었습니다
우리들의 常情(상정)은 '사랑하는 것'을 떠나보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청둥오리의 알을 병아리로 까서/ 저수지에 놓아' 한 마리의 온전한 '청둥오리'로 키우기까지 기울인 정은 '사랑',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청둥오리'는 때가 되면 자신이 자라난 '저수지의 하늘을 높이 날아오르'지요. 만약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잡아둔다면 그것은 탐욕이고 집착이지요. '모든 사랑하는 것은 이렇게 떠나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더 큰 사랑이 또 다른 어느 곳에서 열매 맺지요.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것을 믿기에 '손을 흔들어' 보내는 것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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