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조율된 조치' 와 대북 포용정책 조정

정부가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밝힌 이른바 '조율된 조치'의 각론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정부 내에서 "포용정책의 부분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대전제는 있지만 그 조정 방향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지향점을 포기하는 기조 변경이 아니라 방법론의 수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 조율된 조치는 언제쯤 = 현재 조율은 국내외적으로 중지를 모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적 조율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일 가진 여야 지도자 조찬간담회와 전직 대통령 오찬간담회 등을 가진 데 이어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단계로 보인다.

국제적으로는 6자 회담국과의 조율과 유엔 차원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도 윤곽을 드러낸 데 이어 절충작업이 한창이다.

이런 상황에 비춰 금주 내로 유엔의 대북 결의안이 나오면 이에 대한 정확한 해석 과정을 거치고 국내 여론까지 감안한 뒤 조율된 조치가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 가이드라인 나올까 =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세부조치를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포용정책의 부분조정이라는 입장까지 나온 마당에 사례별 접근방법은 쉽지 않기때문이다.

지난 7월 초 미사일 발사 때는 정부가 북한에 사전 경고한 대로 쌀 차관 제공과비료 추가 제공을 위한 논의를 유보하는 단일 조치를 취했지만 이번에는 보다 체계화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예상 가능한 접근법으로는 우선 민관 분리론을 들 수 있다.

이는 민간 차원의 교류와 경협은 그대로 놔두지만 당국 주도로 추진하는 경협사업에 메스를 들이대거나 핵실험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일시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3대 경협사업에 적용할 경우 당국이 추진하는 철도.도로연결사업은 일시 중단이 불가피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는 큰 지장이 없게 된다.

여기에 속도조절론, 나아가 현상유지론도 맞물리고 있다. 화해 협력의 확대 및 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남북 협력사업의 분야를 늘리고 규모도 키우던 종전 입장을 바꿔 현상 유지에 국한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협력의 '확대'에 해당하는 사업들이 중단된다. 예컨대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난 7월부터 진전이 없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경공업-광업 협력이나 농업, 임업, 수산업 협력은 당분간 멈춰서게 된다. 또 개성공단의 경우 추가분양 중단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런 접근 속에서 주시 대상은 인도적 지원이다. 어려운 북한 주민을 돕는다는 성격인데다 인도적 지원 속에는 민간과 정부 부문이 섞여 있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유엔 대북 결의안이 기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예상이다.

◇ 각론은 어떻게 될까 = 조율된 조치에는 최대 관심사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검토 대상으로 올라 있다. 통일부도 9일 이들 사업이 검토 대상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현재 유엔의 논의 흐름에 비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사업까지 직접적으로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논리가 힘을 받고 있어 보인다.

이들 사업에 대한 북측의 의지도 간접적으로 감지되고 있고 남북관계에서 갖는 사업의 상징성이나 중단시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이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 개성공단만 봐도 현재 부지조성이나 기반시설 건설비로 1천200억원 이상이, 입주기업 투자액이 1천억원 안팎이 각각 들어갔지만 유무형의 손실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나 금강산 관광객의 여행 취소로 이미 시장에 의한 '심리적 제재'를 받고 있는 만큼 별도의 조치가 없더라도 사업의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미국이 유엔 결의안의 포괄적 적용을 모색할 경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도 제재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 이보다 더 급한 것은 현안인 대한적십자사(한적)를 통한 대북 수해물자 지원을 계속할지 여부다. 애초 시멘트 4천t을 싣고 10일 동해항을 떠날 예정이던 선박은 아직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15일에는 쌀을 해로로 북송할 예정이어서 이번 시멘트 선박의 출항 여부를 판단할 조율된 조치가 나오면 남은 대북 수해지원 물자의 북송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한적을 통한 수해 지원의 강행 여부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정부와 민간이 100억원씩 모두 20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민간단체의 수해 지원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지원사업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 4월 48개 단체에 115억7천만원을 지원키로 결정한 민간단체의 개별사업이나 8월에 5개 프로젝트에 50억원을 주기로 한 민간단체의 합동사업 등이 해당된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 임가공이나 농수산물 무역 등 일반 경협은 민간 분야의정상적 상거래라는 측면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협력사업의 추가 확대를 보류할 경우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은 시작조차힘들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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