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개월이 지났지만 제자리 걸음을 하며 위기에 빠진 베어벡호에 전문가들은 코칭스태프의 경험 부족으로 인한 완성도 부족과 핌 베어벡 감독의 과다한 업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무책임한 대응 등을 꼽았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 겸 한국축구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12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감독 선임이 너무 조급했고 전술의 완성도도 없다. 축구협회 기술위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조급한 감독 선임은 월드컵 과오 덮으려는 미봉책
신문선 위원은 코칭스태프의 경험 부족으로 인한 현 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축구협회 차원에서 독일월드컵 이후 대표팀 운영 성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운영 목표를 잡았어야 하는데 16강 진출 실패를 덮으려 하다 보니 너무 급하게 감독을 뽑았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안컵과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3개의 임무를 부여한 것은 경험 없는 인물에게 너무 과다하다고 평가했다. 신 위원은 "베어벡 감독이 벌써 소화불량에 걸려 있다. 해외파를 점검한다고 자주 출장을 가는 것도 차분하게 대표팀 운영 구상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김대길 위원도 "베어벡은 감독이 아닌 코치다. 거액을 주고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온 건 완성품으로 하여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데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성인 대표팀은 외국인 감독에게 맡기더라도 다른 대표팀은 국내 감독을 앉혀 노하우를 전수하며 키울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 가나·시리아전서 선수 선발 문제점 노출
신문선 위원은 최근 열린 가나전과 시리아전 등 2경기의 선수 선발 및 전략에 있어서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가나전에서 신예 선수를 대거 기용한 것은 자신감 결여를 가져왔고, 비교적 약팀이었던 시리아를 상대로 이기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간다고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소속된 강팀을 상대로 새로운 선수를 테스트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상처만 입힌 꼴이다. 신인 선수의 데뷔전에서 다소 약한 팀을 선정해 자신감을 심어줘야 했다. 축구협회가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들은 오히려 대만과 홈경기에서 기용했어야 옳다. 당시 해외파를 무리하게 기용했다가 소속리그에서 부상을 당하게 하는 불상사도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골 결정력이 미흡했지만 4-2-1-3 포메이션에서 공격시 2-4-1-3으로 바꾸는 건 수비위주로 나오는 상대를 흔드는데 좋은 전술이다. 하지만 문전에서 갑작스럽게 선수 숫자를 불려 원톱을 도와주고 적절한 마무리를 하는 건 아직 부족하다"고 평했다.
◇ 자연스런 세대교체 움직임은 그나마 긍정적
김 위원은 베어벡호의 긍정적인 면으로 자연스런 세대교체 움직임을 들었다. 오장은(대구), 오범석(포항), 염기훈(전북) 등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선수들을 적절히 기용하며 대표팀 선수로 발전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베어벡호에 점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함께 맡으면서 선수를 충분히 발탁해 적절히 기회를 주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하려는 노력은 충분히 엿보인다"며 "많은 선수를 시험해보면서 대표팀에 익숙케 하는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문선 위원은 베어벡 감독이 특정 선수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언행을 하는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어벡 감독이 박주영의 대표팀 탈락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하거나 자극을 주는 건 위험하다"며 "아시안게임 대표에 다시 박주영을 발탁했는데 선수에 대해 언론에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는 건 잘못하면 선수 생명을 끝장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축구협 기술위원회의 대표팀 운영 로드맵 제시 절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교통정리와 감독에 대한 선의의 감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위원은 "관리자인 축구협회가 감독의 권한이나 역할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어줘야 한다. 운영 계획이 다를 수밖에 없는 성인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등 3개 대표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이 절실하다"며 "올림픽 대표팀 만이라도 새 감독을 선임, 베어벡의 짐을 덜어주는 동시에 아시안컵 본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도 "베어벡 감독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감시 체제는 항상 가동돼야 한다. 외국인 감독은 계약이 끝나 돌아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기술위로서는 외국인 지도자의 노하우나 이론을 축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국내 감독들에게 전수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