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조 비타민] ⑬법조3륜의 파열

지난 달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이 법조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흔히 '법조3륜(法曹三輪)'으로 일컬어지던 법원, 검찰, 변호사협회가 각각 마찰음을 내면서 심한 반목을 드러냈다.

다행히 이 대법원장의 해명과 검찰, 변협의 수용으로 외형상 갈등이 수면 아래로 잠복되기는 했지만 구성원들 내부의 불만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법조 3륜이라는 말은 법조라는 마차가 세 개의 수레바퀴로 작동되어 굴러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조 3륜은 말 그대로 권위의 상징이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는 것만으로 동료 의식이 대단했다. 서로 견제와 균형의 관계를 취하면서 사법제도를 유지해 왔지만 알게 모르게 수사나 재판과정에 일정 부분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법원장의 발언은 기존 법조 3륜의 등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는 것이 검찰과 변협의 판단이다.

"검사들이 밀실에서 비공개로 받은 진술 조서가 어떻게 공개된 법정에서 나온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 "법원이 재판 모습을 제대로 갖추려면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검찰은 검사장 회의와 대검 연구관 이상 간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변협은 대법원장이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대법원장 사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고 한 변호사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대법원장의 발언은 검찰 수사 기록이나 변호사의 변론서에 의존하면서 쉽게 재판하던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검사나 변호사도 기존 법조 3륜의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재판의 주관자와 보조자로 만나라는 강력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취임 초부터 강조한 공판중심주의의 강화 주문이다.

이 때문에 법조 3륜은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동기와 전관이라는 동료의식에 머물 수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 이상 같은 마차가 아니라 법정에서 증거 능력으로 '내 바퀴'의 우월성을 입증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됐다.

대법원장의 발언이 '검찰 수사의 의미를 부인하고 변호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이나 판사에 대한 불만도 크다는 것을 동시에 헤아려야 한다. 검사나 변호사의 잘못은 재판부에 의해 가려낼 방법이 있지만 판사의 잘못은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 현금으로만 전달돼 증거 확보가 어려운 뇌물 사건이나 점차 지능화 되는 범죄들 속에서 당사자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특수 수사 사건 등을 감안하면 치밀한 준비없는 공판중심주의 강화는 자칫 범죄풍조 팽배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다 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 못지않게 고려돼야 할 부분이 피해자의 권리 구제이다. 증거 능력을 없애면서 서민이나 약자를 등친 교활한 악질들이 활보할 개연성이 한층 높아진 지금, 이에 따른 대책 마련도 강구돼야 한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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