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전문가들 "북한에 대한 정확한 시각 필요"

지난 9일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 발표 이후, 북한의 핵무기 기술과 핵실험 의도에 대한 분석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논의들이 심층 분석을 토대로 한 결론이 아닌, 이념에 따른 주장이라며 객관성을 유지하고 북한을 냉철히 바라보는 정확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전문가 양성 교육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엄재호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소장은 "1960, 1970년대의 잘못된 안보교육으로 현재 북한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지식과 정보없이 단지 민족주의를 내서워 북핵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반공사상에 기대 경계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현재 담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북핵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떠도는 담론은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과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이같은 분석을 절대 믿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엄 소장은 아울러 "지금부터라도 북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1950년대 이후 북한의 행보를 꾸준히 관찰한 결과와 국제상황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지역의 북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한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군사안보에만 치우쳤던 접근 방식이 최근엔 정치, 경제, 문화로 저변이 확대됐다는 것.

김 교수는 "이런 포괄적인 접근이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우선 학부차원에서 북한학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당시 북한학과 개설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졸업생들의 진로가 막막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앞으로 북한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난무할 것이고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낼 인재가 필요하다."며 "개성공단이나 현대아산 등에서 북한 전문 인력을 뽑는 구체적인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폐쇄적인 사회인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유럽과 러시아 등 공산주의 체제를 겪었던 국가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허만호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보면 동굴에서 빛에 비춰진 허상만 계속 보게 될 경우, 실재를 보더라도 그것이 실재인지 모른다."며 "지금처럼 북한에 대해 모른 채 허상만 보다 북한의 실재를 접하게 되면 정확한 진단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비슷한 체제를 보고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옥준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학자들 사이의 이념 논쟁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내부비판을 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정책 결정자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줘야 할 학자들이 오히려 이념에 갇혀 현실 판단을 흐리게 한다며 이런 풍토가 사라져야 북한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재 풀이 많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며 대구·경북지역 전문가 인재 풀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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