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 번호판 '기가 막혀!'…'전국번호판' 또 교체

길쭉해 부착 불가능…비용도 올라

최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대구로 자리를 옮긴 강모(30·대구 중구 남산동) 씨. 주소 이전을 하면서 기존에 사용했던 '서울'지역 번호판을 새로 디자인이 바뀌는 전국 번호판으로 바꿔 달기 위해 대구시차량등록사업소를 찾았다.

그러나 강 씨는 생각을 바꿔 기존 디자인의 전국 번호판을 달기로 했다. 다음 달 새 디자인의 번호판을 달 경우, 교체비용이 4천 원이나 더 들고 번호판 크기도 기존보다 가로가 20cm나 길어 차량 뒷 번호판에는 아예 장착조차 되지 않기 때문.

강 씨는 "2004년에 전국 번호판에 대한 갖은 혹평을 만회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번 번호판 역시 기존차량을 생각하지 않은 탁상 디자인에다 운전자들의 주머니만 터는 격"이라고 발끈했다.

건설교통부가 2년에 걸쳐 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 만들었다는 새 번호판이 또다시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기존차량의 뒷번호판에는 봉인장치 때문에 장착이 아예 불가능한데다 불필요한 화학 처리로 번호판 가격만 높여 놓았다는 것.

번호판 교부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6) 씨는 건교부가 새로 바꾼 '자동차 등록번호판 기준 변경안'이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알루미늄은 자연적으로 부식되지 않는데 굳이 산화처리 하도록 해 '산화처리' 장비를 사기 위해 3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썼다"고 말하고 "변경된 글자와 숫자의 금형을 제작하는데도 추가로 돈이 들었다."고 했다.

김영섭 계명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알루미늄은 자연상태에서 산화피막이 형성돼 부식되지 않는다."며 "산화처리를 왜 의무화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하루 평균 300대의 차량이 번호판을 교체한다." 며 "다음달부터는 교체비용이 7천 원에서 1만 1천 원으로 올라 한동안 시민들의 부담만 더욱 커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자동차 관리팀 관계자는 "알루미늄에 '산화처리'를 한 것은 도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산화방지 차원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변경된 번호판의 가로 길이가 긴 것은 디자인의 세계적인 추세를 따른 것이며,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짧은 번호판을 병행해서 쓰도록 규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건교부가 제작·발표한 새 자동차 등록 번호판은 자가용 차량의 경우 분홍빛 흰색바탕에 보랏빛 검정문자로 기존보다 가로를 18.5cm 늘리고 세로는 6cm 줄였다. 글자 배열은 한 줄을 유지해 번호판 인식도를 높였다고 건교부는 설명했다. 사업용 차량은 노란바탕에 검정문자로 글자의 배열과 크기에는 별 차이가 없다.

다음 달 도입되는 새 번호판은 의무 사항이 아니지만 차량 용도를 변경하거나 지역번호판에서 전국 번호판으로 바꿀 경우에는 새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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