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말 한마디 댓가로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이 천문학적인 비용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 핵쇼크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파장이 밀어닥칠 분야는 당연 경제 분야. 수년째 불황의 긴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경제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마당에 외국 투자가들의 투자결정에 가장 중요한 잣대인 대북관계에 불안감이 짙어지면서 자칫 우리 경제가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영남대 국제통상학부 여택동 교수는 "불황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 조선, IT 분야였는데, 북핵 쇼크로 인해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요동치는 주식시장 등 불안정한 우리 금융시장이 해외 투자자들의 발길마저 막고 있어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북한 핵실험 발표 첫날 우리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32.6포인트나 내렸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48.22포인트나 폭락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북핵폭풍 여파로 우리 국민의 금융자산 가치손실은 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 교수는 아울러 "앞으로 UN의 대북 경제제재 수위와 북한의 2, 3차 핵실험여파 등이 맞물릴 경우 우리 경제의 해외신용도는 더 추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재 국내 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에 묶여있는데, 외국인 투자까지 사라질 경우 향후 일자리 창출이 되지않아 실업자문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걱정했다.
지역기업들의 수출전선은 벌써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개성공단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20여 곳의 지역 업체들은 이번 핵 파동으로 인해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된 입장.
대구상공회의소 김익성 통상진흥부장은 "남북 경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큰데다 사회 불안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원화가치가 급상승하면서 해외수출에 목을 매는 지역 영세업체들은 수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정일 발 핵폭풍'은 우리나라 국방비 추가 부담까지 가중시킬 전망이다. 그동안 재래군사력에 있어 북한의 양적 우위와 한국의 질적 우위로 상쇄됐으나,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대량 살상무기 분야에 있어서 비대칭 위협이라는 상황이 초래됐기 때문. 따라서 다른 분야에 쓸 돈이 국방·안보에 투입되면서 파생하는 사회적 손실비용이 늘게 된 셈.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책임연구위원은 "북핵 실험은 새로운 군비경쟁 및 대량 살상무기 경쟁을 촉발, 동북아의 안보환경을 악화시켜 우리나라를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안보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게다가 우리의 대미(對美) 및 대국제사회 안보 의존이 심화, '인질 상태'가 더욱 굳어지면서 이에 따른 다른 부분에서의 손실이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불안한 우리정세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는 등 문화적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에 따라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음하려던 판에 또 다시 악재가 터져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굴뚝없는 공장'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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