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묵해 보이는 윤서일(26·대구시 남구 대명동)씨가 무대에 오르자 눈빛이 달라졌다. 음악에 맞춰 유연하게 돌아가는 몸짓이 이내 춤에 심취한 듯하다. "몸으로 음악을 연주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이 와 닿는다.
그가 살사의 세계에 빠져든 건 4년 전이다. "학교 선배가 살사를 배워보라고 권유하더라고요. 라틴바에 들렀는데 평소 영화에서나 보았던 살사를 직접 보게 되었죠. 무척 생소하면서도 신선하더라고요." 윤씨는 대학교 1학년 때 댄스스포츠 과목을 수강하다 춤의 세계에 눈을 떴고 학원을 쫓아다니며 개인 레슨까지 받았다. 학교를 마치고 매일 3~4시간의 맹연습을 할 정도로 열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좌절에 부딪혔다. "댄스스포츠는 파트너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파트너십이 잘 맞지 않았어요. 그 이후로 정신적인 방황을 많이 했죠. 군 입대 문제도 걸렸고요."
이런 힘든 시기에 윤씨를 구출해준 것이 살사 댄스였다. "살사는 프리 댄스라 자유스러우면서 춤을 추는 사람에게 묘한 해방감을 줘요. 스트레스를 푼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라틴바를 조금씩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했죠." 2004년 말부터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면서도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가 연습에 열중했다. 토요일 밤새도록 춤을 추고 일요일에도 수업이 있으면 꼬박꼬박 들으면서 월요일 새벽에 내려오기 일쑤였다. 몸은 몹시 피곤한데도 마음만은 즐겁기만 했다. "서울에서 이름난 살사 춤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 가운데는 영어 강사를 하거나 의사 등 전문직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저 살사가 좋아 안정적인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죠."
몇 년을 살사에 투자한 덕분에 윤씨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올해 3월 대구에서 동호회도 만들었다. 윤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동성로의 한 라틴바에서 정기적으로 만나 강습도 하고 어울리고 있다. 이와 함께 외부 강습이나 개인 레슨도 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에 살사 문화가 거의 알려지지 않아 외국 행사에 참여하면 국내 팀은 거의 햇병아리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최근 살사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이젠 외국과의 격차도 상당히 줄였죠. 오히려 국내 살사 춤꾼들이 살사 문화가 앞선 일본에 가서 강습을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윤씨는 여전히 춤에 대한 편견이 심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다들 '남자가 무슨 살사냐.'고 색안경을 끼고 보죠. 유독 대구가 보수적이라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제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크게 개의치 않게 반응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괴롭습니다." 이런 주위 반응과 함께 늦게 시작해서 한계에 부딪힐 때면 한 번씩 살사를 선택한 걸 후회할 때도 있다고 속내를 비췄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계속 살사를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살사에 대한 열정만큼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는 것.
"2년 뒤쯤 서울에 가서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그 이후엔 중국이나 외국으로 진출해 살사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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