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신비/ 마르크 알랭 우아크냉 지음·변광배 옮김/ 살림 펴냄
서양의 체스판은 가로 세로 각 8개, 모두 64개의 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첫째 칸에 밀알 하나, 다음 칸에 둘, 셋째 칸에 넷 하는 식으로 마지막 칸까지 밀알을 가득 채운다면 그 총합은 얼마나 될까? '1+2+4+8+16+…+9,223,372,036,854,775,808' 수식의 결과는 자그마치 '18,446,744,073,709,551,615'라는 천 경(京) 단위의 어마어마한 숫자.
농부에게 한 쌍의 새끼 토끼가 있다. 이 새끼 토끼들이 두 달 걸려 자라 매달 초에 한 쌍의 토끼를 낳는다. 이 토끼들이 자라 마찬가지 방식으로 새끼를 낳게 된다면 매달 몇 쌍의 토끼를 얻게 될까? 정답은 '1, 1, 2, 3, 5, 8, 13, 21, 34, 55…의 방식으로 늘어난다.'이다. 이를 풀이해보면 어떤 달이라도 상관없이 토끼의 수는 지난 두 달 동안 얻었던 토끼들의 합과 같다.
이른바 '피보나치 수열'인 것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수의 신비'가 담겨있다. 이 수열 중에서 어떤 수든 하나를 선택해서 그 이전의 수로 나누면(예: 8/5=1.6, 13/8=1.625 등) 그 유명한 '황금수(1.618)'에 가까운 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숫자는 어떻게 태어나, 어떤 상징과 마법의 힘을 갖게 되었나?'는 부제처럼 책은 중고교 시절 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졌음직한 수학이 담아낸 놀라운 세계에 대해 풀이하고 있다. '0이라는 수는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 '6은 왜 완전수이고 666은 왜 짐승의 수인가', '수가 가진 마법의 힘은 어떤 것일까?' 하는 것들이다.
기존에 선보였던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집을 넘어선 것이 책의 매력이다. 라비이자 철학 박사인 지은이는 수와 숫자의 수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거기에 담긴 역사적, 상징적, 종교적 의미까지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인도에서 발명돼 아라비아인을 통해 유럽으로 알려졌다는 '0'은 숫자들 사이의 단순한 간격이었지만 '공백 혹은 부재(산스크리트어로 '슈냐')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예다. 신의 능력이 어디에나 존재(遍在)하는 기독교적 논리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었기에 실제 서구로 소개될 때 많이 꺼려진 것도 사실이다.
위대한 수학자의 이야기도 다뤄진다. "세계는 수학 언어로 쓴 한 권의 책"이라는 갈릴레이처럼 생각한 알 쿠아르즈미, 제르베르 도리약크, 피보나치, 피타고라스, 파스칼, 페르마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중 기독교 세력인 서구에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처음으로 도입한 제르베르 도리약크, '0과 인도식 명수법'을 도입한 피보나치의 이야기는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수의 신비로운 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로 '마법진'이 책의 마지막에 제시되고 있다. 가로의 수나 세로의 수, 혹은 대각선의 수를 더해도 모두 같은 답이 나오게 돼 있는 수의 배열은 옛날 사람들에겐 일종의 부적 같은 기능을 갖기도 했다. 그래서 마법진을 목 주위에 매고 다니거나,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했던 마법진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도 설명된다. 그리고 수학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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