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기대한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오늘 새벽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정식으로 올랐다. 192개 회원국은 총회를 열어 안보리가 지난 9일 추대한 반 장관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분단국에서 최초로 국제 최대 기구의 수장을 배출했다는 사실이 감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반 장관은 수락연설에서 "새로운 세기의 유엔 임무는 국가 간 시스템을 강화해 인류의 복리를 증진하는 것"이라며 "조화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전 세계의 耳目(이목)이 쏠린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리더십을 역설한 것이다.

반 장관은 내년부터 향후 5년간 국제사회 갈등과 분쟁을 조정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세계시민의 중재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은 中立的(중립적) 자세를 최대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그가 주창한 조화의 리더십도 그러한 세계정신의 실천적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 본다. 그를 바탕으로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약소국의 안전과 이익을 지켜내고 인류의 공존공영을 위해 고민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무총장 被選(피선)은 '아시아적 경험'이 회원국들로부터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봤다. 사실 처음에는 한국이 분단국이면서 이미 OECD 국가여서 중재와 조정의 유엔 총장 역할에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분단국이 겪는 갈등과 대립의 조정 경험, 전쟁의 폐허에서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의 경험을 오히려 强點(강점)으로 바꾸어 놓는데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반 신임 총장은 그러한 회원국들의 기대를 하나하나 충족시켜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안았다고 할 수 있다.

반 총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全幅的(전폭적) 성원 없이는 어렵다. 그러자면 출신 국가의 局地的(국지적)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 세계적 지도자로서 運身(운신)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가 뉴욕에서 밝힌 유엔 사무총장 자격의 訪北(방북) 의사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북한의 초청을 받는다면 북핵 문제는 그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금석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쪽으로만 기대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192개국 총장은 남북을 뛰어넘는 전 세계의 틀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당사국 출신이 유리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누구보다 南北(남북)을 잘 아는 '반기문 시대'는 한반도 평화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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