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사능 어떻게 탐지했나…핵실험 규모는

美 WC-135 정찰기로 탐지..핵실험 규모 2~3일내 판단

북한 동해 상공에서 방사능 물질이 확인됨에 따라 이를 탐지해 낸 정보수단과 북한의 핵실험 규모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가까운 동해 상공에서 핵실험 과정에서 분출된 방사능 물질을 탐지하고 이를 한국과 주변국들에 통보했다.

검출된 방사능 물질을 정밀 분석하는데 2~3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여 이번 핵실험의 규모도 조만간 소상히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다.

◇어떻게 관측했나 = 미국의 특수정찰기인 WC-135가 동해 상공에서 방사능 물질을 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 후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핵실험 감시용 특수정찰기인 WC-135를 출동시켜 함경북도 풍계리 등 핵실험 의심시설 주변을 정밀 정찰해왔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풋 기지의 미 공군 55 비행단에서 가데나 공군기지로 이동해 임무를 수행 중인 이 정찰기는 공중급유기를 개조한 것으로 '콘스턴트 피닉스(불변의 불사조)로 불린다.

냉전시대에 러시아의 핵실험을 탐지하는데 이용된 미국 방사능 탐지 항공기 편대 중 유일하게 남은 1대인 콘스턴트 피닉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착할 수 있는 특수 필터를 포함한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이 정찰기가 찾아낸 방사성 동위원소는 핵실험으로 인한 것인지,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인지 가려내기 위해 실험실에 보내져 분석된다.

미국은 이번에 검출된 방사능이 대기 속에 포함된 함유량 이상 인 것으로 확인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방사능 물질의 유출 없이 안전하게 핵실험을 했다는 북측의 발표는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핵실험일지라도 방사능 물질이 지표 밖으로 분출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동해상의 대기 측정장비와 해수 측정장비로 방사능 물질을 분석하고 있으나 핵실험으로 판단할 만한 수준의 방사능 물질은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핵실험 규모는 =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규모를 놓고 0.1~0.5kt 이하의 소형 핵무기를 실험했거나 재래식 폭탄을 대량 폭발시켜 핵실험을 위장한 것이란 추론이 나왔다.

핵실험 장소로 의심된 함북 길주군 풍계리와 화대군 화대리, 김책시 상평리 등의 상공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폭발에 따른 지표함몰을 비롯한 지형변화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남측의 지진계측기에 탐지된 진도가 4 이하라는 점에서 소형 핵무기를 실험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파키스탄이나 인도, 중국 등에서 실시된 지하 핵실험도 진도 4.5~4.6을 기록했다.

때문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지진연구센터장은 "핵 전문가는 아니지만 관련 전문기관 등을 통해 듣기로는 파키스탄에서 최대한 은폐하면서 핵실험을 했을 때도 지진 규모가 4.5는 됐다"며 "개인적으로는 핵실험이거나 핵실험이 아닌 경우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도 13일 미국 정보당국이 플루토늄 핵장치가 일부만 폭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타임스는 플루토늄을 연료로 한 핵장치는 보통 TNT 5~20kt(1kt은 TNT 1천t의 폭발력을 의미)의 폭발력을 내지만 이번에 감지된 북한 핵실험의 폭발력은 0.2kt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실험에선 플루토늄 원자들을 핵분열시켜 핵폭발을 발생케하는 데 사용되는 재래식 고폭탄이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들도 이날 방사능탐지 사실을 전하면서 폭발 당시 감지된 폭발력의 규모가 통상적인 핵실험시 폭발력(5~20kt)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당초 북한이 중국측에 통보했던 폭발력 (4kt)규모보다도 훨씬 적다는 점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더라도 완전 성공에는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북한은 당초 핵실험 20여분전 중국측에 4kt(1kt은 TNT 1천t의 폭발력) 규모의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지난 9일 오전 지진파 등을 통해 관측된 폭발력 규모는 0.2~0.8kt 정도인 것으로 관계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처럼 플루토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핵폭탄은 플루토늄 주변을 재래식 고폭탄으로 둘러싼 뒤 먼저 고속전자뇌관으로 고폭탄을 폭발시킴으로써 플루토늄에 압력을 가해 핵폭발에 이르도록 한다.

국내 한 전문가도 "핵폭발이 목표치보다 훨씬 작은 규모로 이뤄졌을 수 있고 핵무기 주위를 각종 완충장치로 감싸 실제보다 위력이 작게 탐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방사능이 검출된 이상 4kt급 핵실험을 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무시하기 힘들다"면서 "방사능 물질을 정밀분석하면 핵의 위력이나 실험 규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측으로부터 방사능 믈질을 분석하는데 2~3일 정도 걸릴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저급한 핵무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은 13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저급의 핵폭탄을 개발해왔다"면서 "아직은 핵탄두를 유도탄에 실을 정도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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