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11년 된 과장이 직원들 모두가 기피하던 곳으로 갑자기 인사발령을 받게 된다면 심정이 어떨까?
당장 때려치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잘 아는 선배와 상의, 회사를 막 옮기려는데 오기가 치밀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떠밀려 나간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억울할 수 없었다는 것. 결국 승부수를 던지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던 게 주효, 성공으로 이어졌다.
국내 할인점 시장을 개척한 주역으로 꼽히는 정오묵(鄭午默·50) (주)신세계마트 대표이사의 성공 사례이다.
대학(영남대 정치외교학과)을 졸업하던 1982년 삼성그룹에 입사, 신세계백화점 근무를 자원했다. 당시만 해도 유통업계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곳이어서 주변에서 말렸지만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신용판매과와 식품과 등을 거치면서 과장으로 재직하던 93년 2월, 서울 창동에 있던 회사 부지가 비업무용 토지로 중과세 대상이 되자 후배 2명과 함께 이곳에서 사업을 물색토록 인사발령을 받았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뚜렷한 지시사항은 물론 경제적 지원도 별로 없었으며 단지 "월마트 같은 중저가 업종을 도입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만을 제시했다."고 한다.
할인점 사업으로 방향을 정한 뒤 납품업체들을 물색했으나 처음에는 백화점보다 싸게 판다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9개월 만인 11월 국내업체로는 최초의 할인점인 창동 이마트를 오픈한 직후 언론과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자 성공을 예감하게 됐다.
이후 신세계 본사로 복귀, 부장급인 점포개발팀장을 맡았다가 동기들보다 앞서 99년에는 상무, 작년에는 부사장으로 잇따라 고속승진했다.
신세계가 올해 월마트 코리아를 인수한 뒤 이마트로 명칭을 변경하는 대신 별도로 관리·운영하는 법인인 (주) 신세계마트를 설립하자 이곳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13일에는 포항의 월마트가 이마트로 바뀌어 이마트 100호점으로 재개장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대형 할인점 때문에 재래시장 등이 위기라고 하자 "소비자들 편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 지 판단해야 한다. 재래시장들도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할인점이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 등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주 공성면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로 전학, 명덕초교와 대륜중·고를 졸업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