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리언 파워' LPGA 몰락은 '장타 부재'탓

세계 최정상급 선수 20명만 추려 치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들이 일제히 우승권에 멀어진 것은 '장타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9차례나 우승을 일궈내는 등 LPGA 투어를 접수하다시피한 막강 '코리언 파워' 가운데 6명이 이 대회에 출전, 시즌 10번째 우승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 라운드를 남긴 15일(한국시간) 한국 선수의 우승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 처럼 한국 선수들이 맥을 추지 못한 것은 길어진 코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장타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김미현(29.KTF), 이선화(20.CJ), 이미나(25.KTF),한희원(28.휠라코리아), 장정(26.기업은행)은 모두 장타를 치는 선수가 아니다.

박세리(29.CJ)는 비교적 멀리 쳐내는 장타력을 갖췄지만 예전보다 비거리가 줄어들어 내로라 하는 장타자 대열에는 끼지 못한다.

이들은 비거리가 짧은 선수들은 특히 400야드가 넘는 곳이 많은 파4홀에서는 버디 기회를 좀체 만들지 못했다. 더구나 길어진 코스에 짧은 비거리로 공략하려다 무리한 샷이 나오는 경우도 많아 타수를 한꺼번에 잃은 일도 자주 벌어졌다.

이선화는 "원래 장타를 치는 선수가 아닌데다 시즌 중반 이후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드라이버 비거리가 더 짧아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미현은 아예 "이런 코스에서 경기를 하라는 건 나한테 우승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투덜거렸다.

반면 긴 코스에 페어웨이가 널찍해 마음껏 드라이버를 휘두를 수 있는 이점을 누린 장타자들은 일제히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단독 선두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비롯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 등 우승 경쟁을 벌이게 된 선두권 선수들은 한결같이 LPGA 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들이다.

장타 부문 4위를 달리고 있는 구스타프손은 "평소 투어 대회에서 드라이버를 거의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자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장타 2위 브라티니 린시컴(미국)과 장타력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위성미(17.나이키골프)는 정확성이 떨어진 탓에 장타 덕을 보지 못했지만 LPGA 투어도 PGA 투어처럼 '장타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확한 드라이브샷과 컴퓨터 아이언샷, 그리고 남다른 정신력으로 LPGA 투어를 석권해온 '코리언 파워'가 앞으로 '장기 집권'을 하려면 장타가 요긴하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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