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시비비 코너)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지난달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건설교통부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주택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건교부 모두 지금까지 분양원가 공개에 부정적이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는 새로운 '충격적' 변수가 생긴 셈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주택 수요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당장의 현실로 다가오겠으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시장 원리와 정부 규제의 적절성, 수요와 공급의 메커니즘 등 원론적 측면에서 짚어봐야 할 요소가 많으므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분양원가 공개 논란 과정은

우리나라 아파트 분양가는 1998년부터 자율화됐다. 이후 분양가가 치솟고 집값이 전체적으로 폭등하자 일부 시민단체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2004년에 서울도시개발공사가 분양원가를 공개한 결과 40평형에서 41% 정도가 이윤으로 드러나면서 민간에서는 더 큰 폭리를 챙긴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는데,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야가 각기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면서 그해 정부는 주택공급제도 검토위원회를 조직해 이를 논의했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고 분양가 상한제만 도입됐다. 그러나 분양가는 떨어질 줄 몰랐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뜨거웠다. 정부는 지난 2월 원가공개 항목을 다시 7개로 세분화했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판교신도시 분양이 시작되면서 다시 고분양가 시비가 일자 여야를 막론하고 분양원가 공개 재논의 요구가 높아졌다.

▶원가 공개로 분양가 떨어지나

정부의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를 시장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도록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목적이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가 당장 분양가를 내리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측에서도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원가 공개는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끌어내리는 근거를 제공한다. 주택업체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기 어렵게 만든다는 얘기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분양승인권자가 원가에 맞춰 분양가를 정하도록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원가공개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가격 승인 권한을 갖도록 법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신문 기사)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나

반대론자들은 분양원가 공개가 근본적으로 가격결정의 원리나 소비자의 알 권리 보호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들어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원가에 적정 이윤을 가산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의 가격결정 방식이다. 이처럼 아파트 원가공개는 시장경제 가격결정 체계의 근본을 흔들 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에도 원가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원가공개가 일상화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원가공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구도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고 포퓰리즘에 빠질 우려가 있다.(신문 칼럼)

이에 대해 찬성측에서는 오히려 현실을 주목하라고 외친다. '이 같은 주장은 원가가 공개되는 공공택지에서도 민간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를 지어 성공적으로 분양하고 있는 현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공급된 판교새도시의 전용 25.7평 이하 중소형 주택의 경우 원가공개 대상이었지만 중소 주택업체들이 땅값과 건축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도 100% 분양을 마쳤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원가공개 대상인 공공택지에서도 민간업체가 적정수익을 내면서 얼마든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민간택지에 원가공개를 적용할 경우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가 문제이지, 원가공개 자체가 주택사업을 아예 못하도록 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신문 기사)

▶방법은 문제 없나

정부는 가칭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해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원가 공개는 단순히 공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함을 검증하는 과정도 포함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 '현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과 청약제도 등에 의해 한정된 주택 판로를 가진 건설사에게 기업 이윤을 포기하고 원가를 공개, 이익이 얼마인지 밝히라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와, 공개된 원가라는 것을 누가 검증, 진실성 유무를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또 다른 혼란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 적정 이윤의 범위를 보장한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가 적정 이윤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없다.'(매일신문 칼럼)

더욱 강렬한 지적도 있다. '이 엄청난 이권을 따내기 위해 온갖 시민단체가 달려들 것이다. 이들은 새로운 권력층으로 출현해 기업 경영권까지 간섭하려 들 것이다. 왜 이렇게 간접비가 높은가, 이사는 왜 그리 많은가, 내 친지를 위한 일자리 알선은 광범위한 업무협조일 뿐이다 등. 포퓰리즘에 맛들인 원가공개는 점차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다. 너도 나도 정의의 탈을 뒤집어 쓴 채 원가공개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신문 칼럼)

▶주택 공급 위축 부르나

주택업계에서는 원가 공개가 민간주택 공급 위축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집값을 올린다는 주장을 편다.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공급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상대가격의 상승은 근본적으로 제한된 공급에 비해 수요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다 수요의 배경에는 묻지마 투자가 적잖이 섞여 있다. 그러므로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첩경은 투기성 수요를 억제함과 동시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신문 칼럼)

그러나 원가 공개를 계기로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업계 경쟁력까지 키울 수 있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벌일 수 있는 공공택지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할 것이므로 공급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가를 절감하지 못한 경쟁력 없는 건설사들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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