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풍취를 종이 위에 담아내는 것이 동양화 내지 한국화라면 그 맛을 제대로 살려내려면 '필(筆)'과 '묵(墨)'을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한다. 대상의 본질을 깎고 덜고 요약하기에 제격인 필, 자연의 잔잔한 서정을 담아내기에 알맞은 묵, 이 둘이 연출하는 대조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M(053-745-4244)에서 20일까지 열리는 '세한(歲寒)'전은 이정(63)과 송우초(48) 두 작가가 새로운 미술 조류에 아무렇게나 휩쓸리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필법과 묵법을 구사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자연을 사생(寫生)하며 동양화의 근원을 역사적인 맥락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곁들인 작품들이다.
이 씨는 가로수(플라타너스)의 앙상한 모습을 날을 세운 필선으로 그리고 있다. 잎을 모두 날려보내고 지난한 겨울을 지나 올 봄날을 기다리며 '골기(骨氣) 팽만'하게 우뚝 솟아 있다. 종이 위에 휘휘 갈겨놓은 듯하지만 예리한 용필이 여백까지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확대복사한 작품을 기초로 한 작품은 새로운 실험을 향한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송 씨는 우포늪을 한지에 수묵담채로 담아내고 있다. 그동안 우포늪을 찾은 사람들이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이 전해준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전통적인 수묵화와도 다른 느낌이다. 송 씨는 우포늪의 자연생태가 보여주는 자연 그 자체로 정돈된 아름다움을 독특하게, 담채를 이용해 잔잔하게, 시정(詩情)이 풍기는 따뜻하고 침착한 색조로 그려냈다. 관람객들은 그저 그 풍경을 관조하며 우포늪이 머금고 있는 한반도의 역사를 한 번 완상해봄직도 하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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