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환율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이후 잠시 상승했던 원-달러환율이 950원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원-엔 환율이 97년 11월 이후 8년 11개월만에 처음으로 800원 아래로 떨어져 우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원화 환율은 등락은 있었지만 줄기차게 떨어지기만 했다. 원-달러 환율은 5년전의 1천312원과 비교할 때 28% 떨어졌고 원-엔 환율도 5년전의 1천95원과 비교해 보면 27%나 하락했다. 특히 금년들어서는 일본, 대만, 싱가폴 등 주요경쟁국 통화의 대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반면 우리 원화만이 5% 이상 하락했다.
5년여에 걸친 환율급락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출통계나 무역수지가 그리 나쁘게 나타나지 않은 것은 수출주력상품의 구조변화에 기인한다. 수출증대가 반도체, LCD, 조선 등 기술력과 공급능력면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춘 품목과 휴대폰, 고급 가전제품 등 가격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이 우선시되는 품목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율급락 기간 중에 섬유와 비섬유 경공업제품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중단하거나 폐업을 했고 올해 들어서는 수출주력 품목 전반에 걸친 수익성 악화가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MF이후 한번도 적자를 보인 적이 없던 경상수지도 적자로 반전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수출경쟁력 측면에서 원화 환율이 적정수준을 이탈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이며 원-엔 환율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더욱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수출기업인들을 만나면 일본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엔화를 안정시키는데 우리는 왜 환율이 이렇게 떨어져야 하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의 저금리 정책과 성공적인 외환정책이 그 배경이다. 올해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에서 5.25% 수준으로 인상되었고, 유럽의 금리도 현재 3%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의 기준금리는 0.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은 또한 해외투자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와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국내의 외화공급 과잉에 따른 엔화강세 압력을 줄여 왔다.
우리 정부도 해외부동산과 증권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수급대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한?일간의 금리 차이에 따른 엔화차입의 급증이 자본수지 흑자의 급증을 유발하여 원화 강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임에도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에 따른 자본수지 흑자가 원화강세를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외환의 수급대책과 함께 외환시장 교란 요인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선제적 대응노력이 기대되지만 최근 국회와 정부간의 외국환평형기금 적자운용 논란에서 보듯이 국가간 환율경쟁의 중요성에 대해 정책결정 그룹간에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지역 수출기업들도 궁극적으로는 환율 영향을 크게 받지 않도록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자사의 새로운 경쟁요소 발굴과 차별화된 고부가가치제품의 개발,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지자체와 무역협회에서 중소수출기업들에게 환변동보험 가입에 소요되는 보험료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고 은행들은 중소기업의 선물환거래를 돕기 위해 다양한 기법과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도 환율이 지나치게 변동성이 크거나 환율이 과도하게 균형을 이탈한다면 금방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환율이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환율정책의 운용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춘식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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