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늘도 땅도 온통 주홍빛…곶감 익는 마을 '상주'

1상자당 최고 10만원까지 치솟아

가을걷이 시작과 겨울농사였던 보리파종 시기를 맞은 상주에서는 요즘 곶감을 만들기 위한 감깎기가 한창이다.

마을을 온통 주홍빛으로 수놓았던 땡감은 지금부터 양지바른 처마밑이나 텃밭의 곶감타래에서 따사로운 햇볕과 맑은 공기를 맞으며, 나날이 달착지근하고 말랑말랑한 곶감으로 익어가게 된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열린 감이 주홍빛으로 물들면 상주에서는 집집마다 감을 수확하고, 감껍질을 깎는 등 곶감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감 따기와 깍기, 오염되지 않은 가을바람에 감 말리기 등 열 번의 손을 거쳐 11월 중순쯤이면 맛깔스런 곶감으로 탄생한다. 지금 상주는 하늘까지 주홍빛 감으로 물들어 있다.

◇곶감용 떫은 감 작황부진=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주. 곶감용 떫은 감을 확보하기 위해 농협공판장이 분주하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감 작황이 나빠 곶감용 감 원료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벌써부터 소규모 곶감 생산농 중 곶감 가공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감 수매에 나선 상주원예농협과 상주농협, 남문시장 등 공판장 3곳에는 하루 2천여 상자가 쏟아져 나와 공판장마다 노란색 감들로 장관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 기간동안 하루 최고 1만5천여 상자가 쏟아져 나온 것에 비하면 물량이 엄청나게 줄든 것.

16일 상주원예농협 공판장에서는 25kg들이 1상자당 감값이 평균 6만 원에 거래됐으며 최고 10만 원까지 치솟아 지난해 보다 40% 이상 올랐다. 이같은 가격 오름세는 장마와 고온현상이 지속되면서 둥근무늬낙엽병으로 나뭇잎이 일찍 떨어져 과육발달이 정지되고 예년에 비해 일찍 익어 물렁감이 생기거나 꼭지빠짐 현상이 나타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감생산농 나상첨(78·신봉동) 씨는 "30여년 넘게 감농사를 짓지만 올해 같은 작황부진은 처음"이라며 "올해는 유난히 탄저병·낙엽병·일소병 등 병해충이 심해 전체적으로 과실이 부실한 게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판 초기부터 곶감 원료 확보에 나선 중간상인들로 인해 가격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감값 오름세가 자칫 곶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판매부진에 따른 지역경제 타격도 우려되는 시점이다.

상주원예농협 김성실 상무는 "작황부진으로 공판장에 나오는 물량도 크게 줄었고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평균 2만 원 이상 올랐다."며 "감가격 강세로 소규모 곶감생산농들의 사업포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곶감 만들기 본격화=곶감용 떫은감 작황부진과 가격 오름세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곶감 생산업체들의 감 깍기와 말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첫서리가 내리고 찬이슬이 맺힌다는 상강을 앞두고 상주의 아낙네들도 앞으로 2~3개월간 감 깍기와 말리기, 곶감 선별과 선물용 포장작업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줄잡아 연인원 8만여 명이 곶감 생산작업에 나선다.

냉림동에 자리한 곶감 생산업체인 '감마을 곶감'에는 아낙네 30여 명이 감깍기와 말리기에 분주한 손놀림이다. 한쪽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생감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무른감은 별도로 골라내고 반대쪽에서는 '감 박피기'에 앉아 연신 감껍질을 벗겨내는 이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요즘에는 일일이 손으로 깍던 것과는 달리 반자동기계화로 회전하는 감에다 칼을 대며 한번에 껍질이 벗겨져 신기할 정도. 나춘림(50·여·복룡동) 씨는 "곶감철이면 계모임이나 여행 등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주가 온통 감깍는 데 메달릴 정도"라며 "껍질이 벗겨진 감들은 샛노란 속살을 드러낸채 건조장 천정높이 메달린 감타래에 가지런히 걸려 한달간 말려진 후 곶감이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상주이 전체 떫은감 생산량은 1만4천300여t에 조수익 230억 원에 달했으며 곶감도 1천300여 농가가 5천400여t을 생산, 640억 원의 소득을 올린 지역 최대 효자작목이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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