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 2동 한 전봇대 밑. 아무렇게나 버려진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들이 한 데 뒤섞여 나뒹굴고 있었다. 이 동네는 이달 1일부터 각자의 집 앞에 쓰레기를 내놓는 '문전 수거제'가 시작된 곳. 하지만 동네주민들은 여전히 전봇대 밑 등 동네별 거점에 쓰레기를 내놓는 '거점수거'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대구 수성구청이 대구 시내서 처음으로 범어2동에서 시작한 '문전 수거방식'이 주민들의 관심부족으로 정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성구청은 기존의 '거점 수거방식'이 동네 전봇대마다 쓰레기 천국을 만든다는 지적에 따라 이 제도를 시범 도입했었다.
이 곳에 20년째 산다는 주부 김모(54) 씨는 "문전수거방식으로 바뀐 뒤 동네 곳곳이 쓰레기장이 돼 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고 집 앞에 쓰레기를 내어 놓거나 거점 수거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아 거점 수거제 시행 당시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졌다는 것.
김 씨는 시계를 보며 "오전 8시에 쓰레기 수거작업이 끝났지만 2시간이 지난 오전 10시에도 동네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다." 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53) 씨는 "같은 주민이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 사람들이 많다."며 "음식물 쓰레기통이 놓여 있는 곳을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넘친다."고 지적했다.
구청의 환경미화원 인력이 모자라는 것도 '문전수거제'가 빛을 발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구청은 쓰레기 문전 수거방식을 시범 실시하면서 환경미화원 인력을 2배로 늘렸다. 또 기존 3명이 하던 수거작업을 오전 1차 수거작업, 오후 2차 기동 처리반으로 나눠 처리, 모두 6명을 동원하고 있다. 2차 기동 처리반은 1차 처리반이 미처 수거하지 못한 쓰레기를 치운다.
범어 2동사무소 한 관계자는 "범어 2동의 경우, 언덕이 높고 좁은 골목길이 많아 나이 많은 환경 미화원이 수레를 끌고 집집마다 다니며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현재 인력으로는 문전수거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성구청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인력부족이 확인된 만큼 용역업체에 의뢰, 쓰레기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성구청이 '문전수거제' 도입 전 벤치마킹했다는 부산 동래구는 용역업체에 문전수거를 의뢰, 매년 30여억 원을 들어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문전수거제=대구 수성구청은 이달 1일부터 대구시내 최초로 범어2동에서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수거하기 시작한 방식. 전날 오후 9시에서 밤 12시 사이 요일 별로 정해진 쓰레기를 집 앞에 내다놓으면 구청 직원이 수거해간다. 종전 거점수거제가 동네 전봇대 밑마다 쓰레기 천국을 만들었다는 지적때문에 제도를 바꾼 것으로 성과가 좋으면 수성구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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