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물가안정목표 변경과 영향

한국은행은 현행 물가안정목표의 적용기간이 금년말로 종료됨에 따라 2007년이후 2009년까지 3년간 새로이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정부와 협의 후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했다. 그중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관리대상지표를 이제까지는 공급이 불규칙한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으로 하였는데 내년부터는 이들 품목을 다 포함하는 소비자물가로 변경하였다. 둘째, 목표율은 이제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율에 비해 다소 높은 수준을 보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수준인 3.0±0.5%로 설정하였다. 본고에서는 물가목표제를 이렇게 변경하게 된 이유와 나아가 당초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할 때와 지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 언급해 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대상지표로 근원인플레이션을 활용함에 따라 유가상승 등 일시적 물가변동에 통화정책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아도 됨으로써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목표의 상한선을 이탈한 일이 없어 통화정책에 대한 일반국민의 신뢰 제고와 함께 인플레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대상지표를 소비자물가로 변경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었다. 첫째는, 근원인플레이션의 현실반영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임금협상 등의 경우 생계비와 관련이 깊은 소비자물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근원인플레이션은 생계비중 중요 항목인 농산물(비중 4.0%) 및 석유류가격(비중 7.7%)을 포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근원인플레이션은 국민들의 실생활과 거리가 있어 인지도가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둘째, 근원인플레이션이 국제기준으로서의 보편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IMF는 물가목표 달성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험을 볼 때 근원인플레이션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소비자물가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보편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 물가목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도입초기에는 근원인플레이션을 사용하다가 일정기간 경과후 소비자물가로 변경하고 있다. 현재 물가목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20여개 국가중 근원인플레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태국, 남아공 3개국에 불과한 실정이다. 셋째, 국민들의 물가수준판단시 혼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상 물가지표가 소비자물가임에도 한국은행이 물가목표제도운용시에는 근원인플레이션을 계속 사용할 경우 국민들의 물가수준 판단시 혼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게 된다.

한편, 목표범위의 중심점을 3%로 하고 상하로 0.5% 변동폭을 두게 된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 점에 대해 최근의 예로 보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율에 비해 0.5%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책기조가 긴축적으로 전환된 것이 아니냐 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의 안정화 추세, 수입확대 경향, 유통혁신 진전 등을 감안할 때 목표달성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제유가, 농축수산물가격 등이 예상외의 움직임을 보일 경우 일시적으로 목표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로 국제유가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농산물가격도 수입확대 등으로 안정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0.5%라는 변동폭도 다소 좁다고 볼 수 있으나 소비자물가의 변동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 달성여부를 대상기간인 3년간의 평균으로 평가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가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이후 물가상승세가 둔화되고 사전에 1, 2년후의 물가를 전망하고 금리를 조절하는 선제적 통화정책방식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안정되어 가고 있는 것은 수요압력 미약, 원화환율 하락, 중국산 등 저가소비재의 수입증가에도 기인한 바 크지만 일반사람들의 인플레 기대심리가 상당히 안정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대심리가 안정된 것은 경제주체들이 일시적인 물가변동과 관계없이 물가목표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풍토가 형성되어가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이 지게 되는 책임도 보다 명백해졌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물가가 안정되고 이러한 안정을 토대로 경제활동이 보다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안세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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