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억새에다 암릉의 재미까지…화왕산~관룡산 종주 산행

화왕산은 대구에서 가깝다. 대구시내 어디서나 1시간이면 산아래에 닿는 거리. 화왕산만 다녀오기엔 하루 해도 길다. 나선 김에 화왕산을 지나 관룡산을 거쳐 관룡사까지 돌아보는 건 어떨까.

화왕산성 동문을 나서면 오토바이 몇 대가 주차되어 있다. 성 안의 노점상들이 물건을 싣고 나르는 오토바이다. 동문을 나서 TV드라마 '허준' 촬영장까지는 10분 거리. 샘터가 앞에 있다. 거의 산 정상부근인데도 물이 솟아나는 걸 보면 신기하다. 실제로 촬영장 앞에는 극심한 가을 가뭄에도 불구하고 작은 연못이 있고 물이 계속 넘쳐흐르는 걸 볼 수 있다.

촬영장은 볼품없다. 일부 초가지붕을 다시 얹고 보수를 한 흔적도 있지만 촬영 당시의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촬영장에서 옥천매표소로 내려가는 임도가 있는 옥천삼거리까지는 다시 15분을 더 걸어가야 한다. 역시 임도여서 길은 넓은 편. 급한 오르내리막도 없는 평탄한 길이다. 옥천삼거리인 청간재는 사실 네거리다. 화왕산에서 내려와 직진하면 관룡산으로 향하고 오른쪽 넓은 임도를 따르면 옥천매표소로 향한다. 왼쪽길은 역시 임도이지만 지난 태풍 때 길이 많이 무너진 상태다. 이곳에서 아래쪽 청간마을까지는 4.6㎞.

청간재에서 헬기장이 있는 관룡산(750m) 정상까지의 1.2km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나지막한 소나무 숲길. 20여분 걸린다. 하지만 어느 산에나 있는 정상표지석이 없다. 헬기장 바닥에 누군가 써 둔 듯 '관룡산 750m'란 나무판자가 전부다. 관룡산 정상 헬기장에서 바로 나무토막으로 만든 계단을 내려서면 용선대 석불을 지나 관룡사로 이어진다. 산행 목적지인 암릉 길을 지나 청룡암을 거쳐 관룡사로 가려면 헬기장에서 10여m를 되돌아와 왼쪽 아래 등산로를 따라가야 한다. 지도가 그려져 있는 곳이다. 자칫 용선대 석불로 내려서기 쉽다. 주의해서 길을 찾아야한다. 능선을 따라 내리막 길을 내려서면 이내 암릉길이 시작이다.

첫 암릉지대에 다가서면 등산로를 따라 바위전망대를 우회하는 굵은 밧줄이 쳐져있다. 전망대로 바로 오르면 전망이 탁 트인다. 저 멀리 아래에 관룡사도 보이고 산과 산 사이 분지에 옥천면이 아득하다.

절경 뿐만 아니라 관룡산에서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암릉이 예사롭지 않다. 설악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랄까. 하지만 아득한 낭떠러지 암릉을 지나는 기분만큼은 공룡능선에 버금간다.

바위길을 따라 5분여 더 가면 갈림길이다. 오른쪽 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산행로는 청룡암을 거쳐 관룡사로 가는 길이다. 부곡온천으로 가는 종주길은 암릉을 계속 타야한다.

10분 조금 더 가파른 내리막 암릉길을 내려서면 청룡암 입구 작은 약수터다. 청룡암은 불과 40m 거리. 청룡암에서 병풍바위를 보는 풍경도 괜찮다. 암자 뒤쪽의 마애불도 볼거리. 청룡암에서 관룡사까지는 1㎞.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닿는다. 관룡사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700m 떨어져 있는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도 꼭 들렀다 와야 한다.

▶관룡사=관룡사에는 11개의 건물, 석탑, 석불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약사전과 대웅전, 약사전 안의 석조여래좌상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또 관룡사 사적기와 약사전 삼층석탑은 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원음각과 관음사 석등, 미륵존불상, 부도 등은 도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관룡사에서 용선대 석불까지는 15분 거리. 용선대는 사바와 극락사이의 번뇌의 세상을 용이 이끄는 배를 타고 건넌다는 '반야용선(般若龍船)'에서 따왔다. 편편한 바위 위에 편안한 모습의 부처님이 관룡사를 향해 정좌해 있다.

▶기타=관룡사 입구의 돌장승 한 쌍과 일주문도 찾아볼 만하다. 마주보고 있는 돌장승은 관룡사 바로 아래 주차장에서 조금 내려오다가 왼쪽으로 나타난다. 제주도 돌하루방을 닮은 듯 큰 코가 특징. 관룡사 일주문도 특이하다. 자연석을 쌓아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기와를 얹어 지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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