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 시평] 새 주소사업과 도로이름

우리 주소체계는 1910년 일제시대 지번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이후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토지분할, 합병으로 지번이 불규칙하게 부여되면서 위치식별이라는 본래 기능이 발휘되지 못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주소체계의 선진화를 위해 정부는 1996년부터 행정자치부에 '도로명 및 건물번호 실무기획단'을 설치하고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사업'(이른바 새주소사업)을 시작, 이제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도로명주소법)의 제정으로 결실을 맺는 단계에 까지 왔다.

도로명 주소는 2011년 12월 31일까지는 기존의 지번체계와 병용해 사용하고, 2012년 1월 1일부터는 도로명 주소만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새 주소사업은 ▷도로명 제정 및 건물번호 부여, ▷도로명판 및 건물번호판 설치, ▷새 주소 안내 전산시스템 구축 등 3개 분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주소체계 개편의 핵심은 지번중심에서 도로명 중심으로의 변화다. 지금까지의 주소 표시는 대구시+자치구+법정동명+지번으로 나타냈던 것을 대구시+자치구+법정동명+도로명+건물번호로 표기한다.

'지번'을 '도로명+건물번호'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에서 보듯 도로명이 지나치게 '숫자'에 의존하고 있고 또 도시규모에 비해 도로명이 적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봉'이라는 도로명이 들어가는 경우는 24개 도로로 오봉로, 오봉1로, 오봉2로…오봉10로; 오봉신로, …오봉순환6길 등이다. '대덕'이라는 도로명이 들어가는 것도 19개, '서부'라는 도로명이 들어가는 것도 16개나 된다.

1천만 명이 사는 서울시는 1만7천72개, 250여만 명이 사는 대구시는 도로명이 4천42개에 불과하다. 이 규모는 150만 규모의 도시가 2만여개의 도로명을 가지고 있는 영국 도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선진외국의 도로명 특징은 분할요소(숫자)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사방식에 따라 약간의 차는 있을 수 있으나 대구시의 경우 숫자가 들어간 도로는 73%에 이르고 서구의 도로명은 무려 92%에 이를 정도로 숫자체계에 의존한다. 이 체계는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장점은 있으나 지나치게 높은 비율이다.

숫자는 우선 편할지 몰라도 변별력에 애로가 생길 수 있다. 숫자도로가 많을 경우 도로명 부여사업의 정신이 훼손된다.

도로명이 호적이나 주민등록지에 따라다니는 '고향'과 같은 관념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볼 때 지나치게 높은 숫자체계는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면 될까. 먼저 간선도로 중심으로 시행되는 새 주소사업 체계를 소로나 골목길의 경우에도 적용하면 된다.

소로나 골목길 가운데 큰 쪽이나 붐비는 길을 OO한길, OO복판길, OO마루길 등으로 이름하고 곁가지의 길을 샛길, 눈섶길, 작은길 (조그만길), 아담(한)길, (애들)놀이길 (누리길), 안길, 옆길, 나래길, 막길(막힌길), 끝길 등으로 이름짓거나 위치를 고려하여 윗길, 아랫길 등으로 부를 수 있다.

또 가로로 직선에 가까운 길은 뻗은길, 곧은길; 세로일 때는 내리길 등으로, 곡선일 때는 반달길이나 초승달길, 굽이길(굽은길), 순환길 (또는 돌이길) 등으로 하면 된다.

이같은 체계에 따르면 현행 대덕북4길을 중심되는 길로 할 경우 대덕복판길(또는 대덕한길)이 되고 현행 대덕북5길은 대덕내리길, 대덕북6길은 대덕나래길, 대덕북2길은 대덕굽이길, 대덕북1길은 대덕들머리길 등으로 하면 될 것이다.

또 특정지역이 제외되어 있는 곳(대학구내)도 있는데 이곳에도 도로명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발음 문제나 단어 연결에도 신경을 써야 하낟. '동화4길'과 '동화사길'의 관계나 오봉신로 등이 그 사례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나 구의 지명위원회 기능을 활성화 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혜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이광석(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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