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정홍보처 존재 이유 다시 생각한다

어제 國監(국감)에서 국정홍보처의 직무 태만이 도마에 올랐다. 북한 핵실험 강행이라는 안보 위기 속에서 홍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叱責(질책)이다. 국가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대내외에 알리지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는 한심스런 얘기다. 매뉴얼대로라면 홍보처는 지난 9일 핵실험 발생 즉시 국민행동요령을 국정 브리핑, KTV,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알렸어야 했다. 하지만 홍보처는 하루 뒤에 유관 부서에 홍보팀 구성 공문을 보내고 이틀 뒤인 11일에서야 활동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런 굼벵이 기관이 올해 사용하는 예산이 614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502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홍보처가 매년 국민 세금을 펑펑 써가면서 잘하는 일이라고는 정권 弘報(홍보)에 앞장서는 것밖에 없다. 북핵 사태 대응에서 보듯 본연의 서비스는 뒷전인 것이다. 반면 정권 비판 기사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고 사소한 오보에까지 신경질적으로 대응하기 바쁘다. 자신들의 고유업무인 홍보 사업의 상당수를 외부에 맡겨 지난 3년 반 동안 발주한 사업이 272건에 달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마디로 자기 일을 않으면서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 대표적인 게 한국정책방송(KTV)이다. 홍보처 산하 영상홍보원이 운영하는 KTV는 한 해 80여억 원을 쓰면서 직원 102명에 무려 8명의 임원이 들어앉아 있다. 최대 방송사인 KBS의 임원이 9명인 점에 비추어보면 어이가 없는 경영이다. 이런 방송의 시청률이 불과 0.047%이니 존재 자체가 의문스런 것이다.

이런 국정홍보처가 틈만 나면 인사 청탁 또는 개입으로 雜音(잡음)을 일으키고 인터넷 댓글달기 같은 엉뚱한 지침으로 세상의 웃음을 사고 있다. 이번의 시스템 故障(고장)도 권력자만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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