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아침 7시가 조금 지나 대구고등학교 옆을 지나는데 함성과 함께 떠들썩한 소리가 나기에 잠시 들어가 보니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맹훈련 중이었다. 안인욱 교장과 박창국 동창회장이 열심히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어주고 있었다. 전국체전에서의 우승을 위해 동창회장은 매일 출퇴근하고, 학교장은 온 정성을 다 쏟고, 선수들은 우승을 맹세하는 삭발까지 하고 있었다. 결국 제81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하여 대구시민에게 금메달을 선물했다.
대개 동창회장은 큰 사업가나 영향력이 있는 졸업생이 맡아 명예를 걸고 학교를 지원하게 된다. 대구고등학교는 선후배간에 따사로운 정의와 의리 즉 선배는 후배에게 허교를, 후배는 선배에게 존대 말을 전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선후배들은 상부상조는 물론 모교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몇 해 전에 명문대학교 입학을 위해 야간 공부방을 설치하고, 야구부 합숙소와 체력 단련실도 동창들이 만들었는데 이 일을 서로 맡아 하려고 다투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전통은 대구에서 청구정형외과를 운영하면서 대구직할시 의사회 회장을 역임한 이원순 회장이 초대 동창회장이 되면서 이뤘다고 한다.
경북고등학교도 야구부 합숙소, 역사관 건립 등 많은 사업을 동창들의 힘으로 이루었으며, 대구상고의 야구부, 럭비부가 오랜 역사 동안 계속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도 동창의 힘이었다. 대륜고와 청구고의 축구도 동창들의 지속적인 지원 속에서 명문교의 이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대구여자고등학교 동창은 가정주부로서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서도 모교 강당 신축, 교내 방송을 위한 모니터 설치 등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학교 경영의 성패는 학교장의 도덕성, 전문성,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여 강력한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학교장의 확고한 의지가 하위권의 학력을 1위로, 하위권의 체육을 상위권으로 격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전국 기능경기대회도 마찬가지다. 금메달 하나 없던(제28회, 제29회) 대구가 2000년(제35회) 대회에서는 금 7, 은 1, 동 5개로 2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경상공고의 기능경기대회 '창호' 종목은 타시·도에서는 넘볼 수 없을 만큼 우수하다. 또한 태권도도 전국체전에서 4년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명문 학교가 되었다. 교내에 설치한 태권도 도장은 전국 대학생들의 전지 훈련장이 되기도 하여 주변에서는 경상공고 김익원 교장이 앞으로 전국 태권도 회장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탁구의 명문교 상서여자정보고(상서여상)는 매일 교내 탁구 전용 체육관에서 입학 예정 초등학생, 상서여중생, 상서여고생, 졸업한 동창생 등 4대가 한자리에서 맹훈련을 실시한 결과 전국체전에서 여러 번 금메달을 획득했다. 체전 등 대외출전 기간 중에는 이재석 교장이 꼭 운동복을 입고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2000년 제81회 전국체육대회(부산)에서 정구에 은메달을 놓고 대구자연과학고(대구농고)가 60여 회의 랠리 끝에 우승하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내가 교육청을 떠난 다음 해 기어이 우승했다고 한다. 이것도 김정기 교장의 집념의 소산이다. 이러한 승리와 영광은 학교의 노력은 물론 동창들의 후원과 격려가 담긴 학교의 전통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김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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