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껌에서 아파트·승용차까지…백화점 사은품 '진화'

'껌에서 아파트, 승용차까지'. 백화점 사은품도 진화하고 있다. 시대상과 경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좀 더 '욕심이 생길 만한' 상품들로 고객들을 유혹한다. 1980년대초 백화점들은 단순히 개점을 기념하고 고객에게 감사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50원짜리 껌 한 통을 사은선물로 제공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고급 승용차와 아파트까지 경품 및 사은품으로 등장했다.

▶ 대구백화점 = 1969년 중구 동성로 본점 오픈을 기념해 사은 및 경품행사를 열었다. 500원 구매시 플라스틱 용기를 사은품으로 증정했고, 당시로선 초고가인 텔레비전을 경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듬해 개점 1주년을 맞아 특등 1명에게 코티나 승용차(포드 제휴상품), 1등 1명에게 삼륜차를 주는 것을 비롯해 피아노, 전축 등 호화 경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생필품 중심으로 이뤄지던 사은품 행사는 90년대 후반 들어 국산 승용차까지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96년에는 배기량 2천cc급 승용차가 경품으로 나왔고, 외환위기 직전이던 97년 11월에는 창업 52주년 기념으로 해외여행권이 등장했다. 또 2003년 9월에는 아파트 전문건설업체와 공동마케팅으로 24평형 아파트 한 채를 경품으로 선물하는 행사도 가졌다.

이색경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2003년 가을 정기바겐세일 기간에는 예쁜 애완견을 경품으로 선물했다. 응모권 추첨을 통해 말티즈, 시즈, 스파니얼, 슈나우저 등 20마리 애완견을 선물했으며, 젊은층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이밖에 월풀 욕조를 경품으로 증정하면서 욕실 리모델링도 함께 서비스로 제공하는 등 고객 맞춤형 경품이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황우교 과장은 "경품은 기업 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전략이 됐다."며 "평소 백화점을 찾지않던 고객까지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고, 고객 정보를 모으는 주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동아백화점 = 1973년 9월 개점 1주년 기념으로 첫 사은경품잔치를 열었다. 당시 특등다복상 1명에게는 백미 한 가마를 증정했고, 1등에게는 백조세탁기를, 2등에게는 12인치 TV를 증정했다. 일반 선물로는 양말, 스타킹 등이 제공됐다. 이듬해 여름세일에서는 500원 이상 구매고객과 1천 원 이상 구매고객으로 나눠 사은행사를 열었으며, 가락국수·콜라·물통 등을 선물했다.

이렇게 시작된 사은행사는 양말→가락국수→접시세트→냄비 등으로 품목이 바뀌면서 사은품을 받기위한 구매액수도 3만~4만 원대로 높아졌다. 90년대 후반에는 휴대폰, 진공청소기, 소형냉장고 등 고가 제품으로 바뀌었고, 심지어 사은품을 받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생겨날 정도였다. 2000년 이전까지는 이불·냄비·찬통·아이스박스·선풍기 등 주로 가정용품과 계절상품 위주의 현물을 증정했고, 2000년 이후에는 사은선물에 브랜드와 트렌드 개념을 도입해 점차 고가로 바뀌게 됐다.

최근 들어 소비자들은 연중 실시되는 사은행사 때문에 현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상품권이 가장 인기있는 경품으로 바뀌었고, 일부 비중있는 행사에서 유럽크루즈 여행권, 고급 승용차 등이 경품으로 등장한다.

▶ 롯데백화점 = 이번 가을세일을 맞아 하이브리드카와 레저용 자전거, 세계 5대 도시 여행권 등을 사은품으로 준비했다. 일본 도요타사가 만든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탑재한 친환경 자동차. 또 자전거타기 운동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레저용 자전거 100대를 내걸었다. 승용차는 물건 구매와 관계없이 백화점을 찾은 모든 고객에게 응모권을 나눠주고, 롯데 전점포를 대상으로 1명을 추첨한다. 자전거는 대구점 60대, 상인점 40대를 증정하며, 1만 원 이상 구매시 응모권을 준다.

지난 1979년 11월 창립한 롯데백화점이 이듬해 1주년 기념행사에서 내놓은 사은품은 다름아닌 껌. 당시 5천 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50원이던 롯데껌 한 통을 증정했고, 1만 원 이상 구매시 소세지 한 통(100원)을 증정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사은품은 백화점간 차별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991년 행사에서 처음으로 기존 한가지 품목이 아닌 여러 사은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7만 원 이상 구매시 주전자, 15만 원은 전골냄비, 30만 원 이상 구매시 가정용 의료구급함 등 보다 다양한 사은품이 선보였다.

지난 97년 창립 18주년 사은품 행사는 업계 최초로 휴대폰과 진공청소기, 그릇세트 등을 사은품으로 준비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2002년 이후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자 그동안 괄세받던 생필품이 다시 인기를 얻었다. 2000년, 2001년에는 상품권과 생필품의 선호비율이 7대 3 정도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생필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오히려 6대 4로 높아졌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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