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립극단 이상원 감독과 미야코 우동

'곶감의 고향' 상주에 한 개구쟁이가 있었습니다. 삐삐가 자라고 개구리가 뛰어다니는 들과 냇가는 그 개구쟁이의 놀이터이자 세상과 통하는 무대였습니다. 씩씩한 이 개구쟁이를 초등학교 선생님은 학예회 때 계백장군 역할을 맡겼습니다. 본인은 화랑 관창을 맡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열심히 계백장군 역에 몰입했던 이 개구쟁이는 연극에 대한 희미하나마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이 후 대학에서 연극동아리에 들면서 본격적으로 연극과의 인연을 맺었고 불혹을 훌쩍 넘긴 현재까지 연극은 그의 삶의 동반자이자 인생이 됐습니다.

대구시립극단 이상원(46) 감독. 그 개구쟁이의 현재 직함입니다. 일본라면과 덮밥 전문점 '미야코 우동'에서 그의 맛 나는 연극인생을 들어봅니다.

"음식이요, 가리는 것은 없어요.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자주 찾아가는 편입니다. 주문도 가능하면 단일메뉴보다는 여러 가지를 같이 주문해서 다양하게 먹으려고 합니다."

음식의 맛을 낼 때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듯 연극도 관객에게 감동을 주려면 좋은 희곡과 유능한 배우에 탁월한 연출력이 따라야 함을 당연하다.

"'재미있다'는 말도 제 식으로 풀이하면 '재미(在味)', 다시 말해 맛이 있어야겠지요. 무대 위 배우의 연기에 관객들이 울고 웃는 다양한 감정표출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연극이랄 수 있겠지요."

27년 간 연극계에서 밥을 먹어 온 이 감독의 연극관이다. 그것은 세상살이가 하나의 역할분담이듯이 무대위의 연극도 축소된 사회에서 이뤄지는 역할분담이라는 점.

"배우들의 연기력도 결국은 개인의 노력에 달린 거죠. 감독은 캐릭터에 대한 조언만 할 뿐입니다. 인물의 소화는 배우 본인의 몫입니다. 따라서 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많은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연극을 해보거나 여의치 않을 땐 관람을 권합니다."

대구연극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도 명확한 논리를 편다. 그에 따르면 현재 지역 연극계의 기상도는 맑다. 그러나 공연예술방면에서 대구는 아직 문화소비도시일 뿐 문화생산기지로서의 물적 기반은 약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2, 3년간 뮤지컬을 비롯한 좋은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져 시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것은 서울 중심의 기획사가 중심이 된 무대로 대구에 그리 큰 보탬이 된 것은 아닌거죠."

지역의 각 대학에 무용과 연극 관련 학과가 많아 신인발굴에는 어렵지 않으나 공연제작자가 없다는 사실은 공연 인프라 구축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본래 연극은 오감만족의 예술인데 이중 시각적인 감동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목표 지향점도 지역성보다는 세계성에 둬야 연극 전반의 발전의 기틀을 마련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인지 이 감독은 창작극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달 말에 앵콜 공연예정인 창작극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가 연출한다. "무릇 문화는 모두가 즐길 대중성이 중요하지만 이에 못잖은 예술성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동화 세탁소'.

밑바닥 인생 여인의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대구 최초의 창작 뮤지컬로 연극이 먼저 공연됐고 후에 뮤지컬로 다시 공연됨으로써 관객의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이다.

그는 연극을 위해 대학교수자리도 그만두고 현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하루 2시간씩 인터넷을 통해 각국 연극계의 흐름과 무대추세 등을 훑어보며 웬만한 공연을 빠뜨리지 않고 보려고 한다.

그는 1년에 3, 4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편당 평균 연습기간은 2달에서 3달 사이. 또한 그는 대학을 나와 극단 처용에서 3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이기도 하다. 감독으로서는 지금까지 70~80편의 연극을 지휘했다. 그런 그가 제안하는 연극 재미있게 보는 법.

"대형 무대나 비싼 공연도 좋지만 연극의 실험공간 중 하나인 소극장에서 무대 위 배우들이 연기하는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을 유심히 보다보면 분명 연극이 당기는 매력에 심취할 수 있을 겁니다."

◇미야코 우동

이상원 감독이 지인이나 단원들과의 조촐한 술자리가 있을 때 자주 찾는 미야코는 30여 종의 일본 덮밥과 역시 30여 종의 일본 우동과 라면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일본식당이다.

일본인 다케모토 가쯔시게 씨가 4년 전에 문을 연 이 곳은 일본 국물요리 특유의 담백함과 깔끔한 맛을 자랑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국물은 8종류의 말린 생선에서 우려내 그 깊은 맛과 함께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상차림은 1인상의 기본 반찬상을 중심으로 고객이 주문한 각종 메뉴를 즉석에서 조리해 제공하고 있다.

이 감독도 일본 여행 중 먹어본 일본요리 맛의 진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이집의 단골이 됐으며 여럿이서 여러 음식을 골고루 주문해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점을 이 집의 장점으로 꼽았다.

미야코는 중구 삼덕동 1가 구 동인호텔에서 야시골목 가는 길의 첫 번째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다. 우동과 라면은 4천원~1만원, 덮밥은 4천원~1만 2천원선. 문의:053)426-5660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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