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명르포 낙동강] 내가 본 낙동강 하구

금호강 하구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자연유산이다.

화원동산 전망대에 올라 아래쪽을 한번 내려다 보라. 저멀리 오른쪽으로 금호강, 왼쪽으로 낙동강이 길게 이어져 만나는 멋진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낙동강가의 모래, 금호강의 광활한 수변구역, 두 강 사이에 자리잡은 모래섬... 전국의 강을 모두 뒤져봐도 이처럼 광활함과 아기자기함을 함께 갖춘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명산(明山)만 알뿐, 강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산의 강건함은 쉽게 가슴에 와닿지만 강의 유연함은 몸으로 체득하지 않으면 깨닫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을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대구 최고의 상징물이 될 것이다.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맨먼저 논란 끝에 공사가 중단된 달성습지를 제대로 조성해야 한다. 현재의 개방형 습지에 수로형 습지를 추가로 조성할 경우 멋진 생태체험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금호강 제방 아래에 인도,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고 금호강까지 연결되는 오솔길 몇개만 만들어주면 이보다 멋질 수는 없다.

봄·여름에는 갓꽃, 기생초 등이 만들어내는 노란색을 음미하고 가을에는 갈대와 억새숲을 거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거기다 강변 아래에 띄엄띄엄 서있는 왕버들 숲을 조성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두 강 사이의 모래섬도 원시상태로 놔둬야 한다. 불과 10년전에 그랬던 것 처럼 왕버들 숲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면 노루 등 야생동물들이 뛰놀고 온갖 철새들이 몰려드는 곳이 될 것이다.

수십만평의 거대한 자연학습장은 현재 상태만 보더라도 절반 이상 완성돼 있다.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면서 약간의 성의만 보태면 충분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현재처럼 자동차 폭주족이나 낚시꾼들에게만 맡겨 놓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죄악이다.

류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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