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하류지역의 하이라이트는 2곳의 습지다. 안심습지와 달성습지는 각종 동식물의 서식지로 아이들에게 한번쯤 보여줄 만한 생태학습장이다.
한때 습지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요즘에는 다소 시들해진 느낌이다. 그 때문인지 보존·복원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습지 주변의 환경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줄어드는 안심습지
대구시 동구 금강동 지하철 차량기지 앞에는 거대한 습지가 자리잡고 있다. 차량기지의 회색빛 콘크리트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지만 금호강 제방 아래에 물이 고여 7만㎡(2만 1천여평)넓이의 늪을 만들어냈다. 늪의 전형적인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있는 곳이다.
요즘에는 식물들이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들 식물이 물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습지 표면을 뒤덮고 있다. 생이가래, 자라풀, 마름, 부들, 물억새... 볼 것이 많다. 이들은 오염정화 기능까지 갖고 있어 금호강의 자정 역할을 일부 맡고 있다.
학술조사팀의 조영호 박사(식물학)는 "안심습지의 특징은 물에서 제방에 이르기까지 침수·부유식물→초본식물→버드나무→제방식물 순으로 전형적인 습지 식생분포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겨울철에는 습지위 제방에 서서 철새를 관찰하는 맛도 괜찮다. 각종 오리류와 큰고니, 고니 등이 자주 찾아온다.
요즘 안심습지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지난해말부터 금호강 제방 보강사업을 시작하면서 공사가 끝나는 2009년 쯤에는 습지 전체의 20% 정도가 사라지게 됐다.
4∼10m 두께의 제방이 습지 쪽으로 새로 쌓이면서 습지 상당부분이 메워지고 없어진다. 공사 과정에서 중장비와 트럭 출입이 빈번해지면서 습지 훼손이 더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청 관계자는 "습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소중한 자연학습장을 잃어 버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미완성의 달성 습지
금호강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곳에 자리잡고 있는 달성습지(달서구 파호동). 예전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현재에도 복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지만 한때 우리나라 주요 습지중 하나로 이름이 올라 있었다. 두개의 강이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광대한 면적의 범람지였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강폭을 좁힌 제방과 성서공단이 들어서고 골재채취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습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가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00년 부터. 그후 70억원의 예산으로 일대 5만3천평에 인공 습지 3개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개방형 습지, 폐쇄형 습지 등 2곳만 만들어졌다. 그후 예산, 복원 방향 등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공사가 중단돼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수로형 습지는 착공도 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자비로 달성습지 생태복원사업 모니터링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박기호(경동정보대)교수는 "지난 2년간 달성습지 생태를 관찰한 결과 식생 어류 곤충 조류 수질 등에서 자연 스스로 생명력을 찾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긍정적"이라며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봤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진출입로 부지를 일부 매입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1, 2년 더 살핀 후 복원사업에 다시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자연을 훼손하기란 쉽지만 되살리는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기서도 보게 된다.
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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