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안미희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13일로 개막 36일째를 맞은 '2006 광주비엔날레'. 이번 한가위 연휴 기간(5~8일)에만 5만여 명(12일까지 약 34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인기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비엔날레 운영위원회의 자체 판단으로는 '전시의 안정성'이 비결이다. 6회째를 맞이하며 다져진 경험과 운영 노하우 덕분이라는 것.

그 성공의 이면에 있는 비엔날레 전시팀 수장은 경북대 미대 출신의 안미희(39) 씨다. 지난 달 8일 개막식 날 현장에서 만난 안 씨는 고향에서 찾아온 손님을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었다. 오픈 준비로 몇날 몇일 제대로 잠도 못 잤음에도 "출품작이 100점도 안 되는걸요."라며 웃어넘긴 그였다.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요즘에도 안 팀장은 전국 순회 홍보활동으로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자와 다시 만난 9월 27일에는 한의대에서의 특강을 마치고 오는 길이었고, 4일에는 경북대를 찾아 역동적인 아시아 미술의 가능성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다.

안 팀장이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 제의를 받은 것은 작년 6월. 미국 뉴욕에서 미술사와 미술관학을 공부한 뒤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던 그를 눈여겨본 김홍희 예술총감독이 제안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적잖이 놀랐다."는 것이 안 팀장의 얘기다.

"한 달 정도 고민했다."고 한다. 1년 반이 넘게 자신의 자리를 비워야했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미술의 중심지에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서 당연한 근심이었을 게다. 우스갯소리지만 "새로 산 차 할부금도 몇 번 넣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세계적인 비엔날레 행사이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바로 짐을 쌌다. 1993년 유학길에 올랐으니 12년 만에 장기 출장길(?)에 오른 셈이다.

작년 7월 중순부터 광주에 머물며 비엔날레 행사 준비에 매달렸다. 참여작가와 작품 선정, 전시 준비에 눈코 뜰새 없는 나날이 계속됐다. 개막하고 나서 주위에서 들리는 비판과 내부 자평에 반성도 많이 했다고 한다.

'어렵다.',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은 것에 대해 "미술 작품도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다.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시 주제인 '아시아성'을 중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된다."는 안 팀장은 전시장 '도슨트'(문화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하라고 얘기했다.

"6개월 이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 작품 설명을 들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 팀장은 덧붙였다. "일반인들을 위한 작품 해설집도 2천 원밖에 안 하니 구입해 참고하면 좋을 것"이란다. 홈페이지(www.gb.or.kr)에서 예습하는 방법도 권했다.

개인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전시기획자로 탈바꿈(?)한 것에 관해서였다. '전공을 했으니 당연히 화가가 되겠지.'라는 생각이 대학원 졸업할 때쯤 "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미술사 공부에 매달렸고 프랫 인스티튜트 유학으로까지 이어졌다.

다시 미술관학 전공으로, 전시기획자로 길을 바꾼 것은 "오로지 책만 파고드는 학자의 길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전시기획이 적성에 맞아 뉴욕대에서 미술관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 현재의 자리에 오기까지 꽤 먼길을 돌아온 셈이지만 "미술·미술사 전공이 전시기획하는데 큰 도움이 돼서 다행"이란다.

유학길은 '첫 시간부터 눈물 나는' 경험이었다. 영어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작했기 때문. 그래서 유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언어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결할 것"을 충고했다. '일단 갔다오면 잘될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을 버리고 '기본적인 경제력도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안 팀장은 12월 31일까지 계약이 끝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인 전시기획자로서 한국 작가나 교포 작가와의 친분이 많은 만큼 앞으로 이들을 소개하는 중개자 역할을 할 것 같단다. 안 팀장은 끝으로 "세계적인 작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자국 내 미술 시장이 탄탄해야 한다."며 지역은 물론 한국의 미술이 더욱 발전할 것을 기대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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