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록 밴드 '린킨 파크' 한국계 멤버 조지프 한

첫 대면 순간, '옹골차다.'란 단어가 떠올랐다. 알맞게 근육이 붙은 다부진 몸, 검은 눈동자, 스마트한 미소. 미국의 세계적인 록밴드 린킨 파크(Linkin' Park)의 한국계 멤버 조지프 한(Joseph Hahn·29)의 첫 인상이다. 애칭은 조(Joe).

그는 부산국제영화제(PIFF) 공식 섹션인 '미드나잇 패션'에 영화감독 데뷔작이자 11분짜리 단편영화 '더 씨드(The Seed)'가 초청돼 12일 내한했다. 1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만난 그는 밴드가 아닌 영화감독으로 내한, 한국에서 '홀로'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란다.

"한국 방문은 세번째"라는 조지프 한은 "부산에서 복어를 먹었다.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어 무척 신선한 경험"이라고 설렌 감정을 드러냈다. 매니저도 동행하지 않은 채 '더 씨드' 주인공이자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인 윌 윤 리, 그리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나들이했다.

◇한국 영화계가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다

"영화 처녀작인 '더 씨드'를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인공도 한국 이름인 '성(Sung)'입니다. 어린 시절 자라면서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적인 가치관을 배웠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영향을 받아 이곳까지 왔습니다. 반응 좋았어요."

린킨 파크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경력답게 그의 영화 속 화면은 속도감이 있다. 시나리오도 '4차원' 적이다. 노숙자 '성'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전쟁의 악몽과 맞서 싸운다는 스토리. 주인공이 머리에서 손으로 칩을 꺼내는 장면은 피가 난무한 슬래셔 무비의 딱 한 장면만 옮겨 놓은 듯하다. 쫓기는 주인공의 공포,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선 사운드 이펙트가 감정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어느 날 길에서 다중인격자처럼 허공에 대고 싸우는 노숙자를 보고 시나리오의 영감을 받았어요. 누가 봐도 미친 사람이지만 '그만이 보는 다른 세상이 있는 건 아닐까'란 상상에서 스토리를 썼어요."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 영화·음악 활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할리우드가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등 세계로 뻗어간 한국 영화가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어요.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님을 좋아합니다. 한국인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한다면, 전 반대로 한국에 와서 성공해 '가는 사람과 오는 사람'의 간극을 메우고 싶어요. 운도 따라야겠죠."

◇린킨 파크는 일상의 경험을 노래한다

조지프 한과의 대화에서 결성 10주년이 된 린킨 파크가 빠질 수 없었다. 그는 음악·멤버들을 설명할 때 '일상', '평범'이란 단어를 여러 번 썼다.

"멤버들은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고 자랐어요. 그 접점은 일상의 경험을 노래하는 것이었죠. 소소한 인생 경험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열광시켰어요.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도 '평범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소중하며 소신을 갖고 살라는 것'입니다."

무대 안팎의 멤버들이 어떻게 다른지 묻자 "무대 위에선 멋있는 하드코어 록밴드, 밖에선 공부벌레들. 매우 평범하게 게임도 즐긴다. 녹음·연주·영상·투어 어레인지·회계 등 각자 다른 능력을 지녀 역할 분담이 잘돼 있다"고 했다. 이들은 내년 초 새 음반을 발표한다.

미국 팝 시장에 우뚝 선 만큼 조지프 한에게 비·세븐 등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가수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유명 음반제작사 모타운이 만들어낸 음악처럼 시대가 변해도 나중의 음반에 활용할 표본이 되는, 차별화된 음악이 필요합니다. 또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겠죠. 이는 의사 소통의 또 다른 방법입니다. 미국 사회가 어떤 곳인지 분석하고 차별화된 음악, 두각을 나타내는 개인의 탤런트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어 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성공하기까지 우려되는 요소가 많다."면서도 "비처럼 집중력 있고 의지가 굳고 탤런트가 많은 친구라면 잘해낼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영락없는 까만 머리의 한국인이지만 조지프 한은 영어로 대화했다.

한국어는 천천히 말하면 대략 알아듣는 수준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물었을 때 기억에 남는 그의 말이 있다.

"한국 사람인지, 미국 사람인지보다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그에겐 동서양이 공존하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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