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보따리 보따리 싸던 추억속 이사

이사철인 봄·가을에는 이삿짐센터 차량을 꼭 몇 번은 보게 됩니다. 특히나 저희집 근처는 골목이 좁아 이삿짐센터 차가 한번 들어오면 몇 시간 동안은 차량이 통제된답니다. 저의 어릴 때 기억으로는 이사 한번 가면 온식구가 며칠은 앓았던 것 같습니다. 보따리 보따리 싸서 들고 가고, 자기 짐은 각자가 다 알아서 챙겨야 했고, 예전엔 웬 장독이 그렇게 많았는지…. 이사할 때마다 몇 개씩 깨곤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사다리차에 대형 소쿠리로 얼마나 빨리 옮기는지. 거기다 포장이사가 많아져서 박스에 딱딱 담아 바로 꺼낼 수 있도록 해주니 예전과는 달리 이사가 많이 편해진 듯했습니다. 그런데 다 그런 것만은 아니더군요. 얼마전 고층 아파트로 이사간 친구의 집에 놀러가 보았는데, 너무 넓고 전망도 좋아서 부러웠답니다. 친구의 말로는 20층 이상은 이삿짐센터의 사다리차가 올라갈 수가 없어 그 많은 짐을 엘리베이터로 옮기고, 또 엘리베이터에 안 들어가는 큰 짐은 25층까지! 걸어서 옮겼다고 했습니다. 그럼 도대체 더 높은 층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이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고층 아파트에 이사오기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축하해주기는 했지만, 저보고 가라면 좀 망설일 것 같습니다. 요즘은 많이 편해진 줄 알았더니 이런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이사하기란 참 힘드네요.

손계연(대구 수성구 수성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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