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없는 가을…뭐하고 노나"
가을 답지 않게 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예년 같으면 전국 방방곡곡을 온통 붉게 물들였을 화려한 단풍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게 되자 단풍놀이 행렬이 크게 줄었다.
일교차가 커 단풍이 고울 것이라던 기상청의 당초 예측과 달리 가을 가뭄으로 단풍이 제대로 들기도 전에 잎이 말라버리거나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가을의 가장 큰 즐거움을 잃어버렸다며 못내 아쉬워 하고 있고 관련 업계는 가뭄에 북핵사태까지 겹쳐 행락객이 크게 줄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관계자는 22일 "등산객들이 너무 가물어서 잎이 다 말라 버린 단풍나무를 보고 아쉬워 한다"며 "현재 산 아래쪽으로는 단풍이 한창이지만 천왕봉 쪽으로는 이미 다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내장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예년 만큼 단풍 색깔이 나오지 않고 있다. 색이 들자 마자 바로 탈색되고 잎 자체가 말라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단풍의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은 일조량, 일교차, 강수량 등 단풍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건 가운데 강수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이후 강수량은 평년의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립수목원 신창호 박사는 "일조량과 일교차는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지만 너무 건조해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단풍놀이가 올해는 예년 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국내여행 전문업체 '여행스케치' 용성민 팀장은 "올해도 설악산과 오대산, 덕유산, 내장산, 지리산 등 5대산 단풍 특선상품을 내놨는데 손님은 작년의 10분의 1 밖에 안된다. 그나마 모집 인원에 못미쳐 아직 한 팀도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롯데관광 김미경 과장은 "날씨 탓도 있지만 올해는 북핵 사태 등 불안한 정세 때문에 관광 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것 같다"며 "여행상품이 잘 나가지도 않을 뿐더러 취소나 연기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나마 올해 단풍이 가장 볼 만 하다는 설악산도 예외는 아니다.
설악산국립공원 관계자는 "10월1일부터 20일까지 등산객 수가 35만8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7천명 줄었다"며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진 단풍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족, 친구들과 단풍놀이를 계획했던 시민들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회사원 임모(51)씨는 "지난주에 소요산에 갔다온 동료에게서 가뭄 때문에 단풍이 볼 게 없었다는 말을 듣고 단풍놀이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회사원 박혜영(27)씨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설악산 단풍놀이를 가려고 했으나 이미 갔다온 사람들이 '아직 예쁘지 않다'고 해 일단 보류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