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아파트값 상승폭은 점점 커지고, 거래량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는 추석 이후 최고 1억원이나 올랐고, 심각하던 지방 미분양도 눈에 띄게 소진되고 있다. 추석 연휴 직후 북한 핵실험 여파로 시장이 다소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22일 전문가들은 북핵 위기와 정부의 강력한 집값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자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상승폭 커지고, 거래량도 증가 =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62%로 지난 주(0.42%)에 비해 오름폭이 0.2% 포인트 커졌다.
닥터아파트 조사에서도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81% 올라 그 전주(0.35%)보다 상승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재건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추석 이후에만 3천만-5천만원 뛰면서 13평형은 7억1천만원, 15평형은 9억1천만-9억2천만원으로 3.30대책 이전의 최고가를 경신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최근 상업지역 용도변경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추석 이전 10억5천만원이던 이 아파트 34평형은 추석 직후 11억5천만원, 지난 주말 12억4천만원까지 올랐다. 36평형도 추석 직후 14억4천만원에서 현재 15억4천만원으로 2주일 만에 1억1천만원 뛰었다.
강동구는 고덕, 둔촌 주공단지의 오름세가 확연하다. 고덕 시영 13평형은 추석 전 3억1천만원에서 현재 4억4천만원, 17평형은 4억2천만원이던 것이 5억2천만원으로 1억원 올랐다.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추석 이후 가격이 뛰고 거래량이 늘자 해약 사태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9월 이후 주택 거래량도 부쩍 늘었다. 서울 강남구의 주택 거래건수는 3월 876건에서 3.30대책 여파로 8월에는 137건으로 줄었지만 9월에 다시 383건으로 늘었다. 서초구도 8월 125건까지 줄었던 거래신고 건수가 9월에는 366건으로 늘었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주택이 팔리는 속도로 봐서는 이달에는 9월에 비해 거래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일반아파트, 수도권도 강세 = 일반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노원 상계동 불암현대의 경우 인근 뉴타운 호재로 24평형이 1억4천만-1억7천만원, 33평형은 2억6천만-3억7천만원으로 추석 이후 500만-1천만원 정도 상승했다.
인근 새천년공인 박진숙 사장은 "최근 급매물이 거의 소화되면서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의 경우 추석을 전후해 싼 매물이 빠지면서 35평형의 경우 추석 전에 비해 5천만-1억원 올랐다.
한동안 가격 움직임이 없던 수도권도 들썩거린다. 남양주시 도농동 부영E그린타운 2차 49평형은 지난 달 4억9천만원에서 현재 3천만원 올라 5억2천만원 선이고, 구리 토평택지지구는 9월 이후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 한달 반동안 1억-1억5천만원이 뛰었다.
개미공인 김미숙 사장은 "9월 이후부터 전세물건이 동이 나자 매수세로 전환됐다"며 "현재 매물은 거의 없는데 살 사람은 꾸준하다"고 말했다.
또 재건축과 신도시 등 각종 개발재료가 있는 과천, 고양, 김포, 파주시 등의 아파트도 추석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지방 미분양도 소진 =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도 팔리고 있다. 충남 아산시의 경우 각종 개발계획에도 불구하고 공급물량이 많아 미분양이 적체됐으나 이달 말 아산신도시에서 첫 분양하는 주공아파트 중소형 분양가가 평당 7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 미분양 아파트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GS건설이 분양중인 아산 배방1차 자이 아파트는 1천875가구의 대단지가 거의 다 팔렸고, 지난 5월 대우건설이 분양한 아산 모종동 427가구도 초기 20-30%에도 못미치던 계약률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경남 마산 진동에서 9월 분양을 시작한 한일 유앤아이프라임은 매일 5-6건씩 미분양이 팔리며 분위기가 좋아졌고, 대우자동차판매가 지난 5월말 분양한 울산 옥교동 이안태화강 엑소디움 주상복합아파트는 초기 계약률이 30-40%대에 불과했으나 최근 70%까지 올라갔다.
◇ 집값 불안감, 판교 낙첨자 가세 등 원인 =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전셋값 상승 ▲분양가 오름세 ▲강남권 공급 위축 ▲강북 개발 등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게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3.30대책 발표와 버블세븐 논란, 집값 담합조사, 여름 휴가철 등으로 주춤했던 매수세가 추석 전 파주, 은평 등 고분양가로 인해 대기 매수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도 "지금 주택 구매자들은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강북을 중심으로 재정비촉진지구 등 호재가 계속되고 있어 강남.북의 집값이 모두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판교 중대형 낙첨자들이 대거 주택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그동안 판교 청약을 위해 주택 구입을 미뤄왔던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기존 아파트와 재건축을 번갈아 매수하며 집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위기 때문에 정부가 금리인상을 억제하고,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며 "대선 후 재건축이나 세제 등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11월로 접어들면서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주택거래는 3.30대책과 판교 분양 여파로 억눌렸던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발한 것이어서 오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데다 추석을 전후해 거래가 많이 이뤄져 지난 주말부터는 가격 오름세나 거래량이 소강상태"라며 "가격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연말 종부세, 내년 양도세 중과 등 세금 부담 때문에 추가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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