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非법정단위로 1억2천500만달러 우주선 폭발

국내 거래 1% 오차에도 2조7천억 손실

산업자원부가 22일 '평'이나 '돈'처럼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비(非) 법정단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 방침을 밝힌 것은 비 법정단위 사용으로 유발되는 혼선과 막대한 손실을 막겠다는 의지다.

비 법정단위 폐해는 식품을 거래할 때 사용되는 근이 쇠고기(600g)와 과일(200g), 채소(400g) 등 종류와 지역마다 달라 생기는 작은 혼란에서부터 거액이 투자된 우주선 폭발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야드.미터 혼용해 우주선 폭발

199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억2천500만달러를 들여 만든 화성 기후 탐사선이 286일 항해 끝에 화성에 닿자마자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어이없게도 록히드마틴의 탐사선 제작팀이 비 법정계량단위인 야드와 파운드로 작성한 탐사선 제원 정보를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 조종팀이 법정계량단위인 미터법으로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140~160㎞ 높이의 궤도에 자리 잡아야 할 탐사선이 계획보다 100㎞ 아래인 60㎞ 지점의 낮은 궤도로 진입하면서 대기권과의 마찰열을 견디지 못해 폭발한 것이다.

또 야드법을 쓰는 미국과 미터법을 쓰는 캐나다의 국경지역에서도 비 법정계량단위로 의도하지 않은 과속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제한속도가 비 법정단위인 마일로 표시돼 있는 미국 도로를 달리던 운전사가 캐나다에서는 법정단위인 킬로미터를 사용하는 줄 모르고 달리다가 무심코 과속을 하게 되는 경우다.

◇국내 거래 1% 오차로 2조7천억 손실

우리나라에서도 혼란은 나타나고 있다.

넓이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평은 토지의 경우 3.3㎡가 1평이지만 유리는 0.09㎡가 1평이다.

척관법의 원조인 중국과 일본도 2000년대 초에 평 단위를 근절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부동산중개업의 88%가 평을 사용하고 있고 귀금속판매업의 71%가 돈을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또 1마지기는 경기지역에서는 495㎡이지만 충청지역에서는 660㎡이고 강원지역에서는 990㎡다.

교과서와 정부, 공기업, 언론도 비 법정단위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검.인증 교과서 141종 중 비 법정단위를 사용하거나 표기 상의 오류가 있는 부분이 2천478건에 달했다.

정부와 언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 법정단위는 평이고 섬, 야드, 인치, 파운드 등이 뒤를 이었으며 전국 포장도로 7만6천347㎞의 16%인 1만2천35㎞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터(m)를 M(메가)로, ㎞를 KM(켈빈메가)로 표기하는 등 266건이 대.소문자 표기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이상이 계량에 의한 거래로 비 법정단위를 사용해 1%의 오차가 발생하면 2조7천억원의 소비자 손실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1961년부터 계량에 관한 법률에서 국제단위계를 법정계량단위로 채택하고 비 법정단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지자체가 단속을 할 수 있고 비 법정계량단위로 표시된 계량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목적으로 소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 비 법정계량단위로 표시된 계량기나 상품을 제작 또는 수입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단속이나 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거의 없다.

◇내년 7월부터 단속.처벌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 6월 말까지는 법정계량단위 사용을 위한 홍보를 벌이고 같은 해 7월부터는 지자체와 합동으로 전면적인 단속을 실시해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 법정단위인 '평' 단위의 사용을 막기 위해 평 단위와 병행하도록 제작된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입주자 공고문을 ㎡ 단일표기로 변경하고 토지구획 정리사업 등에도 ㎡만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돈' 단위 사용의 근절을 위해 금(金) 가격 고시제도를 g단위 단독고시로 개선할 계획이고 금의 거래 단위를 2g, 4g, 6g 등 짝수 정수로 유도할 예정이다.

식당 등에서 아직도 쓰이고 있는 1인분, 2인분 등 '인분' 단위의 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와 협조해 100g을 기준 중량으로 하는 가격표시제도 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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