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감리 전문업체인 ㈜건일 엔지니어링의 손일수(孫一洙·50) 대표이사는 '한걸음 물러나 다시 생각하는' 여유로 성공을 일궈낸 인생이다.
첫 직장을 얻었을 때 그랬다. 졸업 직후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의 입사 시험에 합격했음에도 능력을 키우기에는 중소기업이 낫다고 판단, 막판에 진로를 바꿨던 것이다.
창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녔던 회사와 경쟁함으로써 부담을 주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급성장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됐다고 한다. 올 한 해 매출액은 12년 전 창업하던 때보다 3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 분야의 주목받는 업체 대표로 부상, 정부와 지자체의 자문위원과 학회 회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던 1982년, 유명 건설회사의 입사 시험에 합격했으나 설계회사를 하던 중소기업 사장을 만난 게 계기가 돼 이 회사에 취직하게 됐다.
"큰 회사에 다니면 한두 분야의 업무밖에 배울 수 없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여러 분야를 두루 알 수 있게 돼 능력을 키우기에, 그리고 창업을 염두에 둘 경우 낫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입사 10년째인 1991년 말, 기술사(항만 및 해안분야) 자격증을 취득한 게 성공의 발판이 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기술사 자체가 많지 않았던 때인 데다, 그 해에는 한 명만 뽑는 상황에서 합격한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게 됐다. 이후 30대 중반의 나이로 이사로 고속 승진하는 등 회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떠맡았다.
그러나 1993년 말, 사장 아들이 경영 승계에 나서면서 자신을 부담스러워하자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다른 경쟁업체들에게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음에도 다녔던 회사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민하다가 이듬해 초,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대신, 경쟁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규모 설계업체로 운영하면서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결국 능력을 인정받고 전 직장 사장의 도움까지 뒷받침되면서 수주량이 갈수록 늘어나게 돼 성장을 거듭했다. 창업 당시 12명에 불과했던 직원들이 300명으로 늘어났으며 업무도 항만뿐만 아니라 도로·하천·도시계획·환경 등 SOC의 대부분 분야로 넓혀갔다.
전국 곳곳에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SOC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하며, 특히 포항신항과 울산항·부산신항에 참여한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서울에서 창업했음에도 본사는 포항에 계속 두고 있다. 세금을 지역에 납부함으로써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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