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마시멜로와 어묵

사람들의 습관은 참 희한하다. 걷는다는 것. 해운대 앞바다의 모래사장이 몇 백 킬로미터가 넘는다 하여도 나는 걷는다. 택시가 없어서도 아니고, 걷는 것이 아니라 관광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 게으름과 귀찮음을 바꾸게 한 것은 바로 대구컬러풀축제였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수성교 근처에 살던 내가 그 신천둔치를 걸어 본 적이 없는데 루미나리에 축제 동안은 그 곳을 마치 해운대 혹은 광안리의 모래사장처럼 걸어다녔으니 걷기 싫어하는 나에게 그 축제는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던가!

그날은 축제의 막바지에 가까운 날이었다. 대구은행 본점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나는 수성교를 걸어서 건너서는 신천 둔지로 가는 작은 계단을 이용해 물과 바람과 빛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연인과 식구들을 모두 신천 둔치로 나오게 하는 그 빛을 따라 한참을 걸어갔다. 나만은 아니리라 싶었다. 모두들 그 둔치를 마치 드라마에서 보면 실연당한 사람들이 소주를 마시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프러포즈를 하게 하는 한강둔치처럼 이용하는 걸 보며 왜 대구는 저런 강이 없을까? 탓하기만 했었는데 신천은 늘 그렇게 대구의 안에서 말없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들, 포장마차의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을 지나 대백프라자의 신호등 앞에 온 나는 허기짐을 느꼈다. '그래! 어묵이라도 하나 먹어 볼까?' 싼값에 풍요함을 느끼고 싶던 내가 한 포장마차에 서서 어묵꼬치 하나를 집어 들며 '이게 얼마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대구라 너무나 좋다라는 생각을 한 게 서울에서 길거리 어묵을 집어 들었을 때였는데….

능숙한 포장마차 주인장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의외의 가격이 나왔다. 250원. 요즘 동네에서도 300원이 넘는 가격인데 '왜 이렇게 쌀까'라는 생각에 아저씨에게 "아저씨 왜 이렇게 싸요?" 라고 물어보았더니, 그분의 말씀이 "단골들이 오니까 비싸게 받기 힘들죠."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곳의 어묵을 먹고 나서 그 주변의 포장마차들을 일일이 다니며 핫도그의 가격, 버터 발린 옥수수의 가격, 어묵의 가격 등을 알아보았다. 옥수수는 2천 원. 핫도그는 1천 원. 어묵도 500원.

무려 시중의 가격에서 100%로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알아낸 것은 250원짜리 포장마차는 원래 그곳에 자리를 두고 있었던 포장마차였던 것이다. 순간 그분에게 뭔가 모를 감동이 일었다.

250원짜리 어묵에 대한 감동? 그 감동이 무엇일까? 흔히 하는 말로 메뚜기도 한철이라는데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기회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그 기회에 자신의 최고 값어치를 받아내는 것이 아마 인생을 성공하는 방법으로 알고 있지 않은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자본주의 경제 논리가 결코 죄가 되지 않는 이 교활한 사회에서 그분은 그 소박한 논리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옆 수십 개의 포장마차에서 자신보다 배가 넘는 이윤을 챙기고 있을 때. 그분은 그 교활한 상인들로부터 자신들의 단골을 지키고 있었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을 때 나는 그 책보다 더한 잔잔한 감동으로 사회와는 멀어질지 모르겠지만 작은 교훈 하나를 배웠다. 초코파이 안에 들어있는 마쉬멜로우가 아니라 그 투박한 아저씨의 손에서 오늘도 꼬치에 꽂아질 어묵 하나로 말이다.

이소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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