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이겨야 한다면 서로가 최고의 에이스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차전에서의 맞대결로 시리즈의 운명이 서서히 드러났고 두 에이스는 4차전과 7차전에서 다시 맞붙어 그 운명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에이스끼리의 맞대결에서는 과연 몇 점을 뽑아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까? 여러 변수도 있겠지만 감독의 예상 평균점수는 3,4점. 5점을 뽑는다면 안정권이라고 본다. 에이스끼리의 맞대결에서 선취점의 의미가 한 집안의 5대 독자만큼이나 소중한 이유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그랬다. 한화는 선취점을 내준데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수비에서 실수가 나와 곧바로 추가 점수를 내준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초반 빼어난 피칭을 보여줬지만 3회 2사후 밋밋한 변화구로 박한이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주었다. 이 과정까지는 승부의 공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때 외야에서 포구하던 데이비스가 타구를 뒤로 흘려 타자 주자를 2루까지 보낸 것은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야 할 대목.
보통의 경기에서는 가끔 일어날 수도 있는 실책이지만 큰 경기에서는 승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동찬의 중전안타로 이어져 중요한 추가점을 너무 쉽게 내준 빌미가 되고 말았다.
이 결과의 여파는 4회 초 한화 공격에서 바로 나타났다. 한화가 무사 만루의 천금같은 역전 기회를 만들었지만 삼성은 한점으로 막거나 최악의 경우에 동점으로 막으면 되는 상황이어서 그만큼 실점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물론 연속 안타나 장타를 허용하여 역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위력이 넘치는 에이스 투수로부터 그리 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격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한점을 지고 있다면 타자는 희생플라이를 노리거나 작전을 시도해서 일단 동점을 노리게 되지만 두 점을 지고 있다면 좀 더 강력한 공격을 할 것이고 그만큼 허점도 늘어나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단숨에 전세를 만회하기위해 스윙이 커지면서 성급해지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배영수와 진갑용 배터리가 과감하게 몸쪽 직구로 승부한 것은 홈에서 가까운 3루나 유격수 쪽으로 타구를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노린 작전이었는데 완벽하게 의도대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으로 1차전 승부의 추는 삼성 쪽으로 기울어졌다.
국내 최고의 에이스급 대결에서 두 점의 차이가 삼성이 승리로 가는 길을 그어준 것이다. 만약 한점의 차이였더라면 모든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조그만 구멍하나가 둑을 허물 듯이 큰 경기에서 작은 수비 실수 하나가 승부를 가른 선례는 얼마든지 있다.
최종문 (대구방송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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