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선 보기 힘든 저층 건물 밀집 지역인 수성시장 주변 단독주택가. 22일 낮 동네 슈퍼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곳에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들떠 있었다. 7층 이하로 묶여 있던 건물높이가 조만간 15층 이상으로 바뀐다는 것. 대구시가 내년초쯤 고도제한 해제 검토 지역에 대한 전면 용역 조사를 실시하면 '우리 동네'가 포함될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고도 제한이 15층 이상으로 바뀐다는 전제 아래 뛰어든 아파트 개발업체만 벌써 3, 4곳이다. 한 주민은 "고도제한이 없는 인근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1천400만 원까지 치솟았다."며 "우리 동네 땅값도 천정부지로 뛰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구의 단독주택가마다 '고도제한 해제' 전쟁이 벌어지면서 아파트 재개발 바람이 다시 몰아치고 있다.(관계기사 3면)
대구시가 7층 이하의 최고 고도제한 지역을 중심으로 15층 이하 상향 해제를 검토하면서 '우리도 꼭 높여달라.'는 저층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고, '노른자위' 일부는 아파트 사업자들이 미리 뛰어들어 벌써부터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실제 대구시는 1종(4층 이하), 2종(7층, 15층 이하), 3종(20층 이하, 층수 제한 없음)으로 나누어 놓은 시내 주거지역에 대해 올 연말이나 내년초쯤 고도제한 조정 용역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동네는 같은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2종 7층, 2종 15층이거나, 층수 제한이 없는 3종인 등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고도 제한을 풀어달라.'는 저층 주민들과 시의원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5년마다 바뀌는 종 조정은 오는 2008년부터 가능하지만 종의 내부 조정은 내년에도 가능한 만큼 우선 15층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2종 7층 이하 지역을 집중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2종 7층 지역은 대구시내 180여 곳, 690만 평에 이른다.
시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아파트 사업 추진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땅값이 높은 수성구의 2종 7층 지역에 몰려있다. 수성2, 3가와 수성구청 인근 경신고 일대, 지산동, 상동, 중동, 파동 등지에서 재개발, 재건축과 민영사업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수성구청 관계자는 "현재 4, 5곳에서 아파트 사업자들의 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2종 7층으로 묶여 있던 예전에는 사업 이익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15층으로 바뀌기만 하면 '본전'은 가볍게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2종 7층 대부분이 신천변과 공원 등 자연 경관 지역에 몰려 있다는 점을 들어 무분별하고 지나친 고도제한 해제는 심각한 도시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경구 대구대 교수(도시계획 전공)는 "대구 시민 전체가 대대로 누려야 할 자연 경관이 고층 아파트에 가로막힐 수 있다."며 "서울의 경우 층수 제한이 없는 3종 지역이라 하더라도 일조권과 조망권을 고려해 건물높이를 낮추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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