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체전 전시종목 일반 등산 참가 열기 '후끈'

"빨리, 빨리. 조금만 더 힘내"

22일 오전 경북 청송군 청송읍 용전천 앞 공터. 등산복을 입은 이들이 배낭을 메고 숨을 헐떡이며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고 곁에서 다른 이들이 이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제87회 김천 전국체전 전시종목으로 열리는 일반 등산 참가자들인 이들은 등산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뛰다시피 했다.

용전천 앞에 있는 노동산(430m)의 11km를 등반하는 일반인 참가 선수들은 단순히 산을 빨리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전날 장비 점검에 이어 이날 산행을 하면서 독도법과 응급처치 과제를 주어진 3~5분의 시간 안에 제대로 해결해야 하고 5분안에 (인공)암벽을 가장 높이 오르는 경쟁도 펼쳤다.

남·여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로 나눠 치러진 이날 등반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3명이 한 팀을 이룬 65개팀 195명. 함께 열린 제39회 대통령기 등반대회 장년부(45세 이상) 16개 팀 48명의 선수들도 같이 땀을 흘렸다. 모두 산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이지만 고등부와 대학부 선수들은 학교 산악회에 속해 있고 일반인들은 등산학교 등에서 등반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웠다.

부산 여자 일반부 대표로 참가한 백영숙(40·동래구청 공무원)씨는 "중간에 지도를 잘못 읽어 길을 잃었어요. 이 때문에 15분 정도 손해를 봤어요."

지난해 등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뒤 지난해 전국체전 등반대회에 이어 두번 째 출전했다는 백씨는 1시간 15분 정도에 경기를 마쳤다며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 방위각을 내야 하는 등 독도법도 제대로 한 것 같은데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 지 모르겠다며 웃음지었다.

산행 도중 심판이 제시하는 독도법 과제에 당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오르막은 빠른 걸음으로 걷고 평지는 뛰다시피 하다 숨이 턱에 찬 상태에서 독도법 담당 심판이 내준 자북(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의 방향, 지도의 축소 비율 등 과제를 3분 안에 해결하느라 서로 머리를 맞대다 제대로 하지 못해 감점을 당하곤 했다. 산행 역시 지도의 등고선 등을 제대로 읽고 길을 찾아 가야 하므로 쉽지 않다.

장년부 참가자들은 빨리 걷지 못해 속도가 처지는가 하면 팀원 중 한 명이 처지자 다른 팀원이 배낭을 건네받아 대신 짊어지는 등 동료애를 발휘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구 일반부 대표로 참가한 박형철(31·제일정보고 교사), 성종경(29·대학원생), 이상기(27)씨는 다른 참가자들보다 경험이 많은 '고수'들. 고교 시절 산악회에서 활동한 이들은 킬리만자로와 히말라야 원정 경험도 있는데 이들도 지도를 잘못 읽는 작은 실수로 시간을 손해봤다고 했다.

박씨는 "운동 삼아 하는 가벼운 등산도 좋지만 등산의 방법을 알고 한다면 더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