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고도제한 해제 검토가 알려지면서 대구 단독주택가가 들썩이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무분별한 고도제한 해제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주민들의 사유재산 보호와 개발 기대감도 중요하지만 도시 난개발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는 것. 고도제한 해제 논란, 어떻게 풀어야 할까.
◆대구는 지금 고도제한 전쟁 중
대구시가 2종 7층에서 2종 15층으로 건축높이를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시내 단독주택가에선 "15층도 모자라다."며 30층 이상 전면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구 주거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종 20층 이하 부터 층수 제한을 풀어달라는 것. 3종 20층이하는 시내 120만 평에 걸쳐 모두 266곳. 대부분이 5층 안팎의 옛날 아파트가 많은 곳들로 '층수 제한이 없어지면 재건축, 재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종 7층도 사정은 마찬가지. 1만800평에 이르는 수성구 파동의 한 재개발지구 160가구는 상인-범물 순환도로때문에 15층으로 바뀌어도 도로에 가려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며 30층으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대구시에 수차례 건의하고 있다.
주민들은 "시공업체까지 선정했지만 순환도로 건설과 맞물려 아파트 신축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대구시가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60여 개 점포가 몰려있는 방천시장 재개발위원회도 15층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 올 초 지상 49층의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계획을 시에 제출했지만 사업 승인에 실패했던 위원회는 지난 4월 중구청에 지상 35층 신축 계획을 재접수했고, 중구청은 다음달 초 시 승인 절차를 다시 밟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고 15층으로 묶여있는 2종 주거지역에 3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짓도록 할 수는 없다."며 "주민들이나 시장상인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무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고도제한 해제, 문제는 없나
저층 주민들의 개발 기대감과는 달리 고도제한 해제가 도시 난개발과 아파트 미분양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또한 높다. 아파트 층수가 15층까지 높아지면서 다시 아파트 개발사업이 불붙고 있는 곳은 수성구 중동, 상동, 파동 2종 7층 지역이 대표적이다. 수성구청의 한 공무원은 "안그래도 도로, 학교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곳"이라며 "여기에 다시 고층 아파트가 몰리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실제 고도제한 해제에 따라 아파트 개발 사업이 논의되고 있는 상동 일대엔 각각 1천100가구, 79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몰리는 바람에 공원부지 3천 평에 학교를 신축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고도제한 해제로 다시 고층아파트를 지었을때 학교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고도제한 해제 검토 지역이 신천변이나 공원 주변에 몰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상동 주민 이세경(43.주부) 씨는 "아파트에 가로막혀 신천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화가 난다."며 "신천주변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섰을때 주변지역의 불만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1월 3천274가구를 시작으로 매달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4월엔 3천829가구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매달 1천여 가구씩 크게 늘어 9월에는 7천899가구까지 치솟았다.
때문에 같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고도제한 해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해제를 반대하는 한 구청의 공무원은 "대구시가 줏대없는 도시계획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003년 1종, 2종, 3종의 주택지역 종세분화 당시 주민 민원에 눌려 원래는 2종 지역인데 3종으로 너무 많이 바꿔주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다는 것. 3종과 붙어있는 2종 동네마다 끊임없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이번에도 대구시가 주민 민원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은 없나?
고도제한 해제 등 난개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학계에서 제기되는 근본 대책은 권역별 지구단위계획. 그러나 현재의 도심 재개발은 개별지구단위계획으로 이뤄지다보니 무분별한 난개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 사유재산 보호와 형평성 문제 때문에 고도제한 해제가 불가피 하더라도 인근 개발지역들을 권역별로 묶어 도로와 학교 등 모든 주변 환경을 고려하는 도시계획을 수립하자는 것.
이에 대해 구·군 담당 공무원들은 "권역별 지구단위계획을 세우기 위해선 시간과 재원이 문제"라며 "하루라도 빨리 고도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주민들의 성화를 어떻게 대처하고 계획을 세우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경구 대구대 교수(도시계획 전공)는 "그러나 대구시가 고도제한 해제같은 민감한 문제를 단순 용역에 의존해선 안된다."며 "전문가 집단의 철저한 자문과 공개 심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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