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을 거세당한 버드나무 둥치 켜켜의 나이테 위에/ 명퇴한 중년들이 모여들어 삼삼오오 바둑을 둔다./ 서로 아무 말 하지 않는 가슴 속에/ 파랗게 반짝이는 황벽나무 이파리가 수런수런...(이해리 시인의 '수성못 공원' 중)
들안길을 따라 닿는 수성못은 시인의 말처럼 누구든지 받아줄 듯한 넉넉한 모습으로 80여 년을 대구시민들과 함께해 왔다. 수성구 두산동 427-2번지 외 56필지, 5만4천여 평에 이르는 수성못은 사시사철 불빛 가득한 야경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으로 대구시민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고여있는 물처럼 미동도 않는 수성못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은 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늘상 봐오는 모습이지만 시민 상당수는 출입구를 궁금해한다.
수성못에 담을 수 있는 최대저수용량은 75만t. 65~70%만 채워놓기 때문에 평소 양은 50만t 안팎이다. 그러나 부영양화로 적조현상이 나타날 것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일부를 조금씩 범어천과 들안길 삼거리 방향으로 빼내고 신천에서 흘러온 물을 담는다. 수성못에 인접한 두산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셈이다.
새로운 물은 어디서 끌어올까? 신천을 따라 달성군 가창면에서 흘러내린 물은 수성구 파동 대자연 1차 아파트 부근의 폭 3m, 높이 2m짜리 인공도랑(2km)을 거쳐 수성못으로 들어간다. 인공도랑은 길 밑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지만 입구와 출구는 볼 수 있다.
빠져나가는 물은 두산동 사무소 쪽으로 나있는 수성못길을 통해 두산로 지하를 거쳐 범어천으로 빠진다. 역시 땅 밑이어서 외부에서는 볼 수 없지만 범어천에서 보면 물이 빠져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일제시대때인 1925년 10월 농업용수를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수성못은 1994년 지산·범물동 택지개발 이후 저수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다. 건설기간만 꼬박 1년이 걸린 수성못은 못 둘레만 2km로 한바퀴 도는데 잰걸음으로 30분이 걸리고, 최장거리(수성관광호텔~파동오거리 방향)가 600m, 최단거리(수성관광호텔~두산오거리 방향)가 300m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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