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8개월여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비운의 대통령' 최규하 전(前) 대통령의 빈소에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찾아와 "비망록이 의문을 풀 것"이라고 말해 비망록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께 측근 인사 20여명과 함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최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최 전 대통령의 하야 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전씨는 "최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일 등을) 굉장히 섬세하고 풍부하게 모두 기록했을 것"이라며 "비망록이든 회고록이든 (그 기록이) 발표되면 여러분이 궁금하게 여기는 점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 전 대통령은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내가 보고하는 것과 당신이 지시하는 모든 것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대통령께 보고할 때는 담당 비서관이 합석(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합수본부장이 보고할 때는 대통령이 원하는지 여부에 따라 비서관의 배석여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씨는 "최 전 대통령이 끝까지 침묵해서 고맙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갑자기 "지금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걱정스럽다"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고인의 외교 역량을 참조해 정부와 국민이 지혜를 짜내면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7시25분께 빈소를 찾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무를 많이 도왔다고 회상했다.
박 전 대표는 "(당시에는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려 외교전이 치열했던 때여서 국제 무대에서 해야할 일이 많았는데 최 전 대통령이 역량을 크게 발휘해 아버지의 일을 많이 도왔다"며 "큰 지도자신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전 대통령의 빈소에는 정·관계 인사와 지인들의 조문행렬이 이틀째 이어졌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김신일 교육부총리,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김성호 법무부 장관, 이치범 환경부 장관, 이종석 통일부장관, 김명곤 문화부장관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46분께 빈소를 찾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나라의 큰 어른이 돌아가신 점에 대해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며 "최 전 대통령께서 못 다하신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전윤철 감사원장, 이택순 경찰청장, 전재희·이계진 한나라당 의원, 박관용·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정원식·이한동 전 국무총리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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