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낳는 새
유 하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만물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하는 순간,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 줍니다.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두 존재가 순간적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와 '산수유 열매를 넣어' 주던 나무는 최후를 맞겠지요. 그러나 새의 '몸 안에 남아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무'는 '새가 낳은 자식'인 것입니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던 '새'와 '나무'가 본질은 하나의 존재인 것입니다.
'나'가 소중한 존재라면 '나'를 있게 하는 '너' 또한 우주같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구석본(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