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세(勢) 싸움'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면 그 형세가 더욱 치열해 진다. 책사들까지 총동원된 가운데 세를 모으기 위한 온갖 전략들이 난무하기 일쑤다. 정치판 구도를 바꾸게 되는 이같은 전략들은, 또한 그럴듯한 명분으로 치장을 하게 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토대로 한나라당에 맞서는 전선을 모색하고 있다. 대외적인 명분은'민주개혁연대'. 한나라당도'보수대연합'을 기치로 국민중심당 및 민주당과의 연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양대 세력간의 이념적 차별성은 부차적인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민주개혁연대와 보수대연합이 경쟁적으로 민주당을 연대의 한 축으로 꼽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열린우리당은 호남권을 다시 끌어안기 위해 민주당을, 한나라당도 호남권과 충청권에서의 지지세를 넓히기 위해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에 연대를 제의하고 있다는 게 더욱 설득력 있을 것이다. 지역주의적인 정치행태가 되풀이 되는 셈이다. 민주개혁연대 쪽에서 반(反)한나라당연대론, 보수대연합 쪽에서 신보수론이 제기되는 것도 지지세력의 외연을, 더 정확히 말해 지역적인 지지기반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있다.
연대가 대선의 최대 승부수가 돼왔다는 점도 세 싸움의 기폭제가 됐을 수 있다. 1997년 대선 때는 DJP 연대처럼 보수세력과 개혁세력간의 극적인 연대까지 성사됐다. 정치이념상의 차이가 현격하다고 해도 지역주의적 정치행태(호남권+충청권)의 견고함에 비할 게 못됐던 것이다.
당내에서도 세 싸움이 벌어지기는 마찬가지. 예비 후보별로 세 불리기에 주력하는 한편 당론 형성에서 부터 유·불리를 계산한 뒤 제각각의 명분을 내걸고 맞서게 된다.
당의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 룰을 정하는 경우라면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제시한 안(案)이 더 민주적이라거나 개혁적이라는 등의 주장을 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한 쪽이 틀어지면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고 탈당 혹은 분당(分黨)이라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2002년 대선때 제한적으로 도입했던 국민참여경선을 이번에 완전 개방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당내 논란이 별로 없었던 것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유력 주자들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선이 끝나도 정치권의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이다. 또 다른 명분을 찾아 갈라서거나 연대를 모색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때는 DJP 공동정권이 붕괴되자 한나라당과 자민련간 정책연대가 이뤄졌고, 현 정부에서도 분당으로 야당이 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공조를 모색하기도 했다.
결국, 정치판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있다면 세 싸움을 위한 합종연횡(合縱連衡)뿐이다.
서봉대 서울정치팀 차장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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