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0일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전교조 회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 교육부는 올해 내로 시행 방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한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교조와 한국교총, 학부모단체 등은 각기 다른 이유들을 내세우며 교육부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여러 가지 논란거리가 생기고 있으며 주장들도 엇갈린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상황뿐만 아니라 교원평가제 도입과 관련된 각 쟁점에 대해 자신이 포함되는 교육 수요자의 측면은 물론 교원단체와 학부모, 정부 등 각 측면에서 다양한 논의들을 챙겨볼 필요가 있다.
▶교원평가 꼭 필요하나
교육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67개교에서 운영한 교원평가 시범학교 운영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활동에 대한 장·단점은 물론 학생·학부모의 요구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으며 자신의 의견이 수업이나 학교 경영에 더 많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교원평가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있으나, 전교조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교육력 제고가 목적이라면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들여 교원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낭비적이며 위험하다.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훨씬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동시에 교원평가보다 더욱 교육적인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의 마련, 동료 교원 간의 협력 체제 구축, 교원들의 자발적인 경험 교류와 협력의 장 활성화 등이 보다 현실적이고 교육적인 교육력 제고 방안인 것이다.'(전교조 성명)
반대 입장에서는 또 교원평가가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고 상호 불신을 부추길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후유증이 계속될 경우 교직이 기피 직종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영국 등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들은 교원평가 도입이 대세라는 여론을 앞세운다. '전교조는 "교육은 계량화된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고 했으나, 이 단순 논리로 다수 국민을 설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에서도 교원평가를 하고 있고, 국내 대학교수들도 나름대로의 잣대로 평가받고 있다. 요즘 시대에 평가에서 자유로운 집단이 교사 말고 또 어디에 있겠는가.'(신문 사설)
외국의 유사한 사례도 제시된다. '일본에선 작년 공립 초·중·고 교사 506명이 지도력 부족 판정을 받아 이 중 111명이 학교에서 쫓겨났다. 아베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10년마다 교사면허를 갱신하고 모든 학교가 반드시 외부 평가를 받게 하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교사를 능력에 따라 일반·고급·특급으로 나눠 차등 대우하는 현 제도로도 모자라 교사 임용을 정기 검정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신문 사설)
또한 성적 조작과 학교 폭력, 해외 유학 러시 등의 근본 원인이 공교육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공교육의 경쟁력을 살리고 교사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계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교원평가를 교육서비스의 하나로 인정하는 교원의 자세다. 교육공급자로서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열린 자세만 있으면, 교원평가는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활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신문 사설)
▶준비 부족과 여건 미비
전교조와 교총 등이 교육부 방안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준비 부족이다. '고작 7, 8개월 시범운영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평가를 법제화하는 것은 명분도 합리성도 없다. 시범실시를 2∼3년간 더 연장하여 보완할 것을 촉구한다. 1년도 안 되는 시범운영으로, 그것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평가방안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전형을 보여줄 뿐 교육력 제고나 교원전문성에 전혀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한국교총 성명)
전교조 역시 비슷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문에서만은 그 결과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정책이라 해도 실험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도입 과정에서 상당한 시범운영을 통한 검증 기간을 갖는다. 특히 정책을 둘러싸고 의견 대립이 첨예할수록 이러한 원칙은 더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전교조 보도자료)
교원단체들은 또 교원평가를 도입하기에는 교원정원 확보, 수업시수 감축 등 교육여건이 턱없이 미비하고 소규모학교가 많은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제시한다. 10학급 미만의 3천여 개 소규모 학교는 동료교원 평가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평가 주기와 결과 활용
학부모단체와 일부 단체, 전문가 등은 다른 측면에서 교육부의 정책 추진을 졸속이라고 비판한다. 핵심은 두 가지. 평가 주기를 3년 단위로 한다는 점과 평가 결과를 인사와 연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교원평가는 형식에 그칠 뿐 교원평가의 취지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년의 능력개발기간을 갖고 다음 1년에 평가한다는 개념을 제시했지만, 인사에 활용되지도 않는 평가를 3년에 한번 한다고 할 때 과연 교원들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학부모 단체에서 벌써부터 "하나마나한 평가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신문 사설)
'교원평가제도 자체를 거부하는 세력에게는 평가를 해도 불이익은 하나도 없다는 보장을 해 주면서 학부모와 국민들에게는 정부는 교원평가제를 도입했다고 생색을 내겠다는 얘기다.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문제가 많은 교사라도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는 퇴출시킬 수 없는 셈이다. 평가를 해서 여러 차례 문제가 심각한 교사임이 확인됐는데도 승진이나 연봉, 직위 유지에 아무 불이익이 없다면 열심히 잘 해서 좋은 평가를 받은 교사는 뭐란 말인가.'(신문 사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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