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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새집에 살아보니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지 2주가 지난 것 같다. 먼저 살던 집이 십 수 년이 지나 여러모로 불편했다. 옛날에 지은 집이다 보니, 윗집에서 조금만 걸어도 쿵쿵 울리고, 싱크대 아래서도 냄새가 올라 오고, 화장실에도 타일 사이사이 까만 곰팡이가 지워지지 않아 지저분했다.

옛날 사람들이 그랬던가. '사람은 옛날 사람, 옷은 새 옷'. 마찬가지로 집도 새 집인 것 같다. 갈수록 세련된 공간 구성에다 깔끔해지는 인테리어로 꾸며진 집에 이사드니 무언가 정리정돈이 된 듯해 후련하다. 그러나 새 아파트에 이사하고 모두가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바로 '새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다. 전에 살던 곳에서 아무 탈이 없었는데 새집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여러 가지 신체적 이상 징후가 생겼다. 목이 뜨끔뜨끔하며 눈이 따갑고 왠지 머리가 띵한 것 같고.... 어떤 사람들은 온 몸에 붉은 반점이 돋기도 한다고 하소연 한다.

새집증후군은 새 집이나 수리한 집에 입주한 뒤에 두통이나 아토피 피부염·천식 등의 질환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주목받게 되었다.

이는 새로 지은 건물에는 화학성분이 들어간 마감재나 건축자재, 또는 새 가구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및 발암물질들이 배출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요즘 들어서는 새집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한 묘안들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먼저 실내공기 순환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내놓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권고치 이내이긴 하지만 입주 전 신축아파트에서 5시간 밀폐후의 오염농도가 1시간 밀폐후의 오염농도보다 2배 높았다고 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오염된 실내공기가 잘 배출되도록 입주 전 며칠간 보일러를 가동하고 창문을 열어둘 것을 권고한다.

다음으로 친환경 소재의 선택이다. 황토와 한지와 숯을 이용한 벽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용해 만든 페인트 등등이다. 원목을 붙이는 접착제의 유해성을 없애기 위하여 마루홈을 끼워 맞추는 강화마루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하나는 공기 정화식물의 이용이다.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효과를 지닌 고무나무·산세베리아·관음죽 등을 기르는 것이다. 오염물질을 빨아들여 정화효과가 탁월다고 한다. 환경부가 2004년 시행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질 관리법'에 따르면 100가구 이상 아파트를 짓는 업체는 '새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포름알데히드·벤젠·톨루엔 등 7개 물질의 농도 수치를 입주 이전에 측정해 알리도록 했다.

그러나 새로 짓는 아파트에 살아보면서 느끼는 것은 과연 이 법이 발효가 되었는가, 실효성은 있는가 심히 의심스럽다. 주택회사들이 늘 친환경이라고 광고하지만 아직 친환경은 우리 현실과는 먼 곳에 있는 듯 하다.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진짜 '친환경' 세상에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중교(에스제통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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